중장년층 전유물이었던 점술
사주·타로 등 MZ세대에게 인기
제도화된 종교는 외면해
개인화된 위로 도구인 점술
# 퇴사를 고민 중이던 28살 직장인 김남준씨는 최근 친구와 함께 전주 한옥마을 인근 사주카페를 찾았다. 두달 넘게 결정을 못 내리던 퇴사 문제였지만, '변화를 받아들일 때'라는 사주 풀이를 듣는 순간 묘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남준씨는 "이성적으로만 따지면 답이 안 나올 때가 있다"며 "사주는 이상하게 직감을 건드린다"고 말했다.
# 25살 취준생 박동혁씨는 요즘 하루를 타로 라이브 영상으로 시작한다. 취업을 준비하며 몇 번의 불합격을 겪은 뒤, 우연히 틱톡에서 짧은 타로 영상을 본 게 계기였다. 손만 나오는 타로 유튜버, 고양이 타로, MBTI별 운세 콘텐츠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동혁씨는 "아침에 기상운, 저녁에 연애운을 본다"며 "은근히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표①).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불리던 점술의 고객이 달라졌다. 고민이 있을 때 점술 상담을 받으러 발길을 옮는 MZ세대는 이제 낯설지 않다. 남준씨, 동혁씨의 사례처럼 말이다. 이런 흐름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5월 만13~69세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주나 타로, 주술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가 68.0%, 30대가 67.5%로 나타났다(표②). 40대(56.0%)ㆍ50대(57.0%)보다도 되레 높었다.
유튜브와 SNS상에도 점술 콘텐츠가 넘쳐난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타로ㆍ사주 해시태그는 100만개를 웃돈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운세 관련 국내 채널은 3039개다. 타로와 사주 관련 채널은 각각 2097개, 799개에 이른다(표③).
흥미로운 점은 제도화된 종교는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2024 종교인식조사'에 따르면 "믿는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20대와 30대 비율은 2018년 각각 65.0%ㆍ59.0%에서 지난해 69.0%ㆍ63.0%로 높아졌다(표④). 70대 이상에서 30.0%만 '무교'라고 응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삶의 의미와 위안을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제도화된 신앙보단 개인화된 위로의 도구로 점술을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거다.
곽금주 서울대(심리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젊은 세대들은 공동체에 속하거나 교리에 헌신하는 방식의 신앙은 부담스러워한다. 제도화된 종교는 정기적인 출석과 신앙적 헌신을 전제로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위로받고 싶은 내적 욕구는 존재한다. 그래서 점술이 인기를 끄는 듯하다."
점술이 미래가 불안한 젊은층에게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학업ㆍ취업ㆍ결혼 등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이들에게 원하는 것을 바로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라며 "빠른 해결책을 원하는 젊은층의 니즈를 잘 충족하는 점이 인기 비결이다"고 말했다(표⑤).
하지만 젊은층이 점술에 의존하는 배경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점술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순 없어서다. 곽금주 교수는 "점술의 인기는 어릴 때부터 학업 경쟁에 내몰리고, 사회에 나와서는 팍팍한 취업 현실과 맞닥뜨려야 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상징한다"고 꼬집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점술의 장점을 취사선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맹목적으로 점괘를 따르거나 비과학적이라며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선택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