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만들 '빈집' 충분한가요? SH 빈집 정책의 의문

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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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정부가 알아야 할 빈집 활용법 2편
빈집으로 새집 만드는 정책
초행지붕 사업의 효과 괜찮아
공공임대 경쟁률 높은 수준
대량 공급 어렵다는 단점 있어
빈집 매입 정책 1년 째 중단
서울시 빈집활용정책 괜찮나
집이 모자란다면 빈 땅에 집을 지어야 한다. 빈 땅을 차지하고 있는 빈집이 있다면 이 빈집을 새로운 집으로 만들면 된다. 서울시는 '초행지붕'이란 이름의 빈집활용사업을 통해 빈집을 새집으로 바꿔왔다. 그렇게 만든 새로운 공공임대주택은 가격도 시세의 절반이었다. 하지만 초행지붕에 사용하는 빈집을 사들이는 정책이 1년 넘게 멈춰 있다. 왜일까.

빈집에 새집을 짓는 초행지붕 사업으로 약 135호의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됐다. [사진 | 연합뉴스]


빈집은 그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형태로 쓰인다. 서울 빈집의 쓰임새는 분명하다. 공공임대주택이다. 대학교나 직장 때문에 서울에 둥지를 틀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은 중요한 공간임에 틀림없지만, 수요만큼 공급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 초행지붕의 함의 = 서울시가 빈집활용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 시작한 공공임대주택 '초행지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였다. 초행지붕은 '출퇴근이 쉬운 도심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목적으로 탄생한 행복주택의 일환이었다. 2020년 첫 준공부터 지금까지 '초행지붕'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초행지붕으로 만들어진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은 135호.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를 위해 만든 주택이어서 규모가 크진 않다. 전용면적 15㎡(약 4.5평) 주택에서 전용면적 47㎡(약 14.2평) 수준이다. 작은 초행지붕은 최저주거기준 면적(14㎡)보다 약간 크다. 그만큼 임대료는 싸다. 초행지붕 전용면적 47㎡ 주택은 보증금 1억원대에 월 임대료는 32만9000원이다. 

원룸 형태인 전용면적 20㎡(약 6평) 주택의 보증금과 월 임대료는 각각 4148만원, 16만원이다. 지난 7월 기준 서울 원룸 평균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67만원(스테이션3)이란 점을 감안하면 무척 저렴하다. 

초행지붕의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면 차이가 더 명확해진다. 전용면적 20㎡ 초행지붕 주택의 월 임대료를 전세 보증금으로 환산하면 8414만원이다. 서울 원룸의 평균 월 임대료 1억8888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값이다. 

[자료 | 서울시, 스테이션3, 참고 | 2024년 기준]


민간 임대주택에서 살았으면 감당했어야 할 주거비 부담을 절반 이상 경감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초행지붕 같은 임대주택이 계속 증가하면 주거비 부담을 덜고 싶은 이들에겐 더 많은 선택지가 생긴다. 

문제는 빈집을 활용한 초행지붕 공급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는 데 있다. 초행지붕 1채에서 나오는 임대주택은 적게는 4호에서 많게는 12호에 불과하다. 건물 하나를 완공하더라도 한번에 나오는 임대주택 물량이 많지 않다는 거다. 앞서 언급한 초행지붕 주택 수(135호ㆍ연 평균 30여호)만 따져봐도 공급이 쉽지 않음을 어림잡을 수 있다.
  
■ 빈집과 공급의 함수 =
문제는 또 있다. 초행지붕에 활용할 빈집을 발굴하는 작업이 멈춰있다는 거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지난해 5월 "보유 자산을 활용ㆍ정리하겠다"면서 "빈집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1년 넘게 빈집 매입을 중지한 셈인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사들인 빈집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만큼 충분한 걸까. 그 규모를 추정해보자.

빈집 매입은 기존 주택을 사들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범위를 넓히면 '기존주택 매입'에 해당한다. SH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사들인 기존주택은 526호, 2024년엔 이보다 2배가량 많은 1074호였다. 초행지붕을 연 평균 30여호 공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빈집이 충분한 듯하지만, 변수가 있다. 

빈집 중엔 철거 후 초행지붕으로 신축할 수 있는 주택도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집도 적지 않다. 빈집을 매입하더라도 모조리 초행지붕 같은 공공임대주택이 되진 못한다는 얘기다. 

그럼 그 수는 어느 정도일까. 이번엔 입찰을 살펴보자. 2024년과 2025년 서울시가 초행지붕 건설을 위해 낸 입찰 공고는 초행지붕 수유2(강북구 수유동), 초행지붕 시흥2(금천구 시흥동), 초행지붕 역촌(은평구 역촌동) 3건이다. 빈집 매입은 1년 넘게 중지됐지만 이 주택들이 준공하면 각각 10호, 12호, 8호의 새 임대주택이 생긴다. 초행지붕이 계속 만들어지긴 하지만, 연평균 공급량은 밑도는 수준이다.

[사진 | 뉴시스, 자료 | SH, 참고 | 청년 할당ㆍ예비자 포함 기준]


공공임대주택의 수요는 항상 넘친다. 2025년 행복주택 경쟁률만 보더라도 서울에 얼마나 저렴한 집이 부족한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2025년 행복주택 1ㆍ2차 모집에서 청년 부문 경쟁률은 대부분 수백 대 1을 오갔다. 청년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관악구에서는 800대 1 수준의 경쟁률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에 있는 빈집은 2024년 기준 6711호다. 국토부가 2024년에 진행한 빈집 실태조사에 따르면, 빈집 중 39.0%는 단독주택이었다. 이런 단독주택을 모두 초행지붕으로 신축해 최소 4호에서 최대 12호에 이르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만든다고 가정하면, 1만~3만호를 공급할 여력이 생긴다. 공사비가 비싸지도 않다. 초행지붕을 짓기 위해 책정되는 공사비는 10억여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빈집 매입'을 중단한 SH 정책은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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