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진 노무사의 질의응답
무단결근 직원 해고 정당할까
법원의 판단 달랐던 이유 보니
결근 일수보다 중요한 건 기준
기업 운영 애로사항도 고려해야직원이 회사에 통보도 없이 무단결근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타격이 클 겁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업무 부담이 전가될 수도 있겠죠.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회사로선 해당 직원을 내보내고 싶을 겁니다. 그렇다면 무단으로 결근한 직원을 어떤 경우에든 해고할 수 있을까요?
질문: "5일 동안 무단결근한 직원을 해고할 수 있나요?"
응답: "무단결근했다는 사실만으로 직원을 해고할 수는 없습니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ㆍ휴직ㆍ정직ㆍ전직ㆍ감봉 등을 할 수 없다(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해고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죠. 그렇다면 직원이 회사에 사전 통보 없이 무단결근을 반복한다면 어떨까요?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당 직원을 해고할 수 있을까요? 몇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사례로 본 부당해고 = 직장인 A씨는 2017년과 2019년 "예비군 훈련에 간다"고 회사에 거짓으로 보고하고, 5일간 무단으로 결근했습니다. 당연히 예비군 훈련에는 불참했죠.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한 회사는 해당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2019년에도 A씨가 지각과 무단결근, 근무 중 수면ㆍ게임을 일삼아 정직 3개월을 내렸었다는 점을 들어서였죠.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법원은 '과도한 해고'라고 규정하고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습니다. 재판부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예비군 훈련 불참과 무단결근은 징계 사유가 된다. 하지만 해고가 정당하려면 사회 통념상 더 이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A씨에게 책임 있는 사유여야 한다. 더욱이 문제가 된 무단결근은 A씨에게 정직 처분(3개월)을 내리기 전에 발생한 사안이고, 그 이후에 추가된 비위행위는 단순 지각뿐이어서 해고를 하기엔 사안이 경미하다."
앞서 지각, 무단결근, 업무시간 중 수면ㆍ게임의 사유로 정직 처분을 내렸던 것과 비교하면 무단결근만으로 해고하는 건 과도하다는 거였죠.
그럼 또다른 사례를 살펴볼까요. 직장인 B씨는 회사에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않고 3일간 무단결근을 했습니다. B씨가 다니던 회사는 '3일 이상 무단결근하면 해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고, 그에 따라 B씨를 해고했죠.
법원은 해고가 정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이 외에도 '10일 이상 무단결근한 직원'과 '연간 15일 이상 결근한 직원'을 해고한 행위가 정당하다고 본 판례도 있습니다.
이들 사례에서 보듯 무단결근한 직원을 해고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단순히 '결근 일수'에 따라 결정할 수 없습니다. '연속 3일 이상' 이나 '10일 이상 무단결근'처럼 해고에 관한 일정한 기준을 회사가 마련했는지가 중요한 요건이죠.
아울러 '회사의 취업규칙에 관련 규정이 있는지' '직원이 사전에 보고했는지' '회사가 문제 개선을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같은 문제를 일으킨 다른 직원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합니다.
법원은 이런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에만 무단결근으로 인한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앞서 A씨의 사례에서도 법원은 'A씨가 여러 차례 경위서를 작성하고 면담ㆍ교육을 받았다는 점' '이후 추가적인 비위가 없었다는 점'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당해고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법원이 해고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는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해고는 단순한 징계가 아니기 때문이죠. 실제로 해고는 근로자의 생계와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조치입니다. 무단결근 자체는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지만, 해고를 할 수 있는지를 두곤 여러 요소들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는 겁니다.
■ 짚어볼 문제들 = 그런데 이 지점에선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무단결근은 직원이 회사와 맺은 근로계약의 기본을 저버린 행위입니다. 그런데도 회사가 이렇게까지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는 게 맞는 걸까요.
또 함께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이 되레 피해 입을 가능성은 없는 걸까요. 성실하게 근무하는 직원보다 무단결근하는 직원에게 더 많은 개선의 기회와 보호 장치를 제공하는 게 과연 공정한가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또 직원 한명 한명의 역할이 중요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입장에선 무단결근으로 인한 고충이 훨씬 더 크다는 점도 짚어봐야 합니다. 자영업자의 경우, 직원 한명이 예고 없이 출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사업 운영 전반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답답함을 토로하는 운영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직원의 반복되는 근태 문제를 강력하게 제재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법적 잣대가 너무 엄격하다" "무단결근자를 어디까지 이해해줘야 하는가"…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게 현실입니다.
법은 노동자의 권리보호뿐만 아니라 기업의 운영 현실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나가야 함은 물론입니다. 노동자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다른 성실한 근로자에게 피해를 끼친다면 혹은 기업의 운영에 부담을 준다면 또다른 불균형을 낳을 수 있습니다. 무거운 사안인 '해고'. 공정과 형평이란 두가지 가치 사이에서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까요.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류호진 노무사 | 더스쿠프
rhj0984@daum.net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