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직업 미래 보고서 15편
신직업의 한계와 정책적 제언
신산업 육성이 신직업 발굴 목표
젊은 인재 키우는 게 핵심이지만
처우 낮은 탓에 은퇴자들만 가득
구직업과 차별성 있는지도 의문
정부가 정책 방향키 잘 잡아야신新직업은 그저 '낯선 직업'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미래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발굴ㆍ육성한다는 함의를 갖고 있다. 미래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중국이 생성형 인공지능 시스템 기술자, 인공지능 훈련사 등 신직업을 발굴하는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신직업 발굴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문제점은 없을까. 視리즈 '新직업 미래 보고서' 마지막 편이다.
"미래산업의 등장에 따른 직업세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유망 신직업을 발굴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 2013년 정부가 '신직업 발굴ㆍ육성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신직업 발굴 정책의 취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법ㆍ제도 개선, 인력 양성 지원 등을 통해 신직업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신직업 발굴을 통해 미래산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만큼, 시대적인 필요성도 컸다.[※참고: 더스쿠프 통권 663호 '새로운 직업은 시장서만 탄생한다는 커다란 오해'.]
이런 과정을 거쳐 2014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고용정보원에 등재된 신직업은 121개다. 하지만 더스쿠프가 포털사이트 네이버(PC+모바일)에서 신직업의 검색량(7월 14일~8월 14일)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직업의 관심도는 지극히 낮았다.
신직업 분야 전문가들과 신직업에 종사하는 이들 역시 다양한 한계점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신직업 발굴 정책엔 어떤 문제가 숨어 있을까.
■ 한계① 부족한 유인책 = 지난 기사에서 여러번 강조했듯, 신직업 발굴ㆍ육성정책의 가장 큰 목적은 미래산업에 대응하는 것이다. 미래산업일수록 젊고 유능한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도 미래산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젊은 인재를 육성하는 일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신직업을 연구하는 김중진 연구위원도 "미래산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인재 제공'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현실에선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은퇴한 이들이 신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낮은 인지도를 제외하더라도 적은 임금와 처우가 젊은층을 유인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단적인 예가 산림치유지도사다.
이들의 역할은 자연휴양림이나 삼림욕장 등에서 산림을 이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ㆍ보급ㆍ지도하는 것이다. 효과를 입증할 만한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자격 요건이 무척 까다롭다.
2급의 경우, 산림 관련 분야에서 3년 이상 종사했거나 관련 전공자여야 가능하다. 1급은 박사급 정도의 자격을 요구한다. 그래서 자격시험(산림청ㆍ국가자격증) 합격률은 1급과 2급이 각각 5% 미만, 10%대 중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급여도, 처우도 기대치를 밑돈다. 이상한 시장 구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입찰을 통해 민간업체에 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예산에 맞춰서 인건비를 책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을 잘한다고 해서 더 주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겨울엔 사업을 할 수 없으니 계약 기간은 1년이 채 안 되고, 해가 바뀌면 재입찰을 하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도 장담할 수 없다. 단기계약직이나 마찬가지다.
임희경 한국산림치유지도사협회장은 "국공립 기관에 속해서 일을 하면 좀 낫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좀 있지만, 외주업체에서 일을 하는 경우엔 전업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퇴직하신 분들이 꽤 많다"면서 "심지어 어떤 지자체는 컨테이너박스를 만들어주고 거기서 일하라고 하는데, 이래서 젊은이들이 유입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당초 취지에 맞게 젊은 인재가 유입될 수 있게끔 개선이 필요하다는 거다.
■ 한계② 애매한 차별성 = 신직업이라고 발굴했지만 기존 직업군의 확장판인 경우도 적지 않다. 예컨대 기업 차원의 각종 재난에 대응하고 2차 피해를 막아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일을 하는 기업기업재난관리사, 건설ㆍ산업 현장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마트 안전장비를 활용해 안전을 확보하는 스마트안전관리사는 기존의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들을 위한 영역에 가깝다. 미래차정비기술자 역시 기존 자동차정비 분야의 기술자가 아니면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물론 이를 두고 마냥 잘못됐다고 지적하긴 곤란하다. 기업재난관리사ㆍ미래차정비기술자 등 전문적 영역의 신직업은 필요성이 분명한 데다, 기존 직업과 단절된 상태에선 효과를 내기 힘들다.
하지만 개중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직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신직업 분야의 전문가는 "자격체계를 마련할 때 기존에 이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들에게 혜택을 좀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직업을 발굴할 때 좀 더 엄격하고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직업과 연계성이 필요할 땐 '자격체계를 이을 수 있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 한계③ 정부의 부실한 역할 = 신직업 발굴ㆍ육성 정책의 한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중 하나는 공조직의 태생적 한계와 맞닿아 있다. 현장에서 "신직업에 필요한 자격체계를 만들기 위해 수년간 소통했는데, 담당 공무원이 순환보직으로 바뀌면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하소연을 듣는 건 어렵지 않다.
정일국 한국스마트건설안전협회장은 "스마트안전관리사를 육성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하니까 공무원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들이 수동적인 것도 문제지만, 툭하면 교체가 되니까 힘이 빠지는 게 한두번이 아니다"면서 "그러다 사고 같은 게 하나 터져서 분위기가 규제정책으로 돌아서면 진짜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 정부 정책이 일관적인 것도 아니다. 양준 한국기업재난관리사회장은 "산업재해가 터지면 정부는 규제부터 강조하는데, 사실 이게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말을 이었다. "기업재해경감법(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의 예를 들어보자. 정부는 평소에 이 법을 근거로 기업을 지원하는 게 별로 없다. 적극적으로 이 법의 취지를 알린 적도 없다. 그러면서 사고만 터지면 규제정책부터 꺼내놓는다. 그러니 기업들의 자율적 재해경감활동이 제대로 될 리 있겠는가."
재난을 관리하면 대형참사뿐만 아니라 산업재해도 줄일 수 있는데, 정부가 현행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규제'에 매몰돼 있다는 거다.
언급했듯 세계 각국은 '신직업'을 발굴ㆍ육성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2025년 '중화인민공화국 직업분류대전'에 등재한 신직업만 91개에 달하는데, 그중 대부분이 미래산업과 맞닿아 있다.
열거하면 인공지능(AI) 기술자, 사물인터넷(IoT) 기술자, 빅데이터 기술자,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자, 생성형 인공지능 시스템 기술자, 인공지능 훈련사, 건물에너지 저감 컨설턴트, 탄소배출 관리원 등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정책은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돛을 올린 2022년을 기점으로 '신직업 등재 작업'이 사실상 멈춘 건 장기적으로 손해다.
2004~2021년에 등재된 신직업이 미래산업을 적절하게 반영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참고: 더스쿠프는 현재 등재된 신직업을 토대로 미래산업을 조망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데이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신직업 정책의 한계를 직접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신직업 발굴 정책, 과연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 이재명 정부는 전前 정부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