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에 정부 서비스 멈춰
3년 전 "3시간 만에 복구 가능 장담"
알고보니 시범사업과 계획에 불과
카톡 먹통사태 3년이 지났지만
서버-배터리 분리도 완료 안 돼# "대전센터가 화재나 지진 등으로 한꺼번에 소실될 경우, 재해 복구 시스템은 실시간 백업된 자료로 3시간 이내에 복구할 수 있도록 구축돼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022년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하자, 당시 강동석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원장은 정부 시스템은 다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 그러나 3년이 흐른 9월 26일 오후 8시 15분, 대전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카카오톡 먹통 사태의 원인과 판박이인 UPS(무정전 전원장치)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 정부 업무 시스템은 3시간은커녕 30시간이 넘도록 복구되지 않았다.
대전 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업무 시스템 647개가 완전 먹통이 된 가운데, '3시간 이내 복구가 가능하다'던 3년 전 정부의 호언장담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이번 화재로 당시 호언장담은 계획에 불과했으며, '3시간 내 복구' 시스템은 아직 완성까지는 갈 길이 먼 상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27일 행정안전부 브리핑에서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은 "한쪽이 안 되면 (다른) 한쪽이 가도록 한다라는 것은… 액티브-액티브 형태의 DR(재해복구)을 개발해 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고 그 사업은 지난해에 컨설팅을 하고 올해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3년 전에 '몇 시간 내 복구가 가능하다'고 장담했지만, 실제로는 이제 시범사업을 시작한 수준에 불과한 것이라고 털어놓은 셈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용석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은 "DR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현재 일반적으로 작동되는 규모로 큰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 최소한의 규모로만 돼 있는 것도 있고 어떤 형태는 스토리지만 돼 있고 데이터 백업 형태로만 돼 있는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복구가 가능할 것처럼 장담했던 정부 시스템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번 화재가 리튬이온배터리와 서버가 같은 층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UPS 폭발 우려가 제기된 것이 3년 전인데, 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배터리를 서버와 분리하는 작업이 완료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계획이나 구상 단계에 불과했던 '3시간 내 복구 시스템'이 이미 구축돼 있는 것처럼 부풀려 발표한 것이나, 지난 3년 동안 문제점을 보완하는 과정 또한 매우 더디게 진행된 부분은 윤석열 정부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재명 대통령도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당장 야당에서는 2023년 11월 행정망 마비 사태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다. 당시 그는 "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경질하고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이번 화재로 국정자원 대전분원에서 담당하는 647개 정부 업무 시스템이 가동이 중단됐다. 모바일 신분증과 국민신문고, 정부24 등은 물론 우체국 서비스 등도 올스톱됐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우체국 택배 등에 문제가 생길 경우 등이 큰 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일단 화재가 완전 진화된 상태에서 전산실을 복구하고 항온항습기를 재가동 하는 대로 우선순위를 따져 주요 시스템부터 복구에 나설 방침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7일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상황을 점검하면서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 상황이 어느 정도 인지, 언제 시스템이 복구돼 정상화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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