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이 곧 재테크라니까…" 남편의 이상한 고집 [재테크 Lab]

이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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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부부 재무설계 1편
보험에 심취한 남편
내는 보험료만 141만원
그러는 사이 저축은 뒷전으로
보험으로 미래 설계 가능할까
남편은 매달 500만원씩 생활비를 준다. 세 식구가 살기에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아내는 한숨을 쉰다. 보험료로만 140만원이 넘게 빠져나가니 저축은 엄두도 못 내서다. 문제는 보험료에 큰돈을 쓰는 게 가족의 건강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보험은 저축 상품이 아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또 보험 가입했어? 이게 몇개째야." 모바일 보험 명세서를 살펴본 진미라(가명·41)씨는 남편 유호수(가명·44)씨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남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진씨에게 대답했다. "뭐 어때. 보험료가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이것도 다 저축이야." 

유씨 부부는 '보험 부자'다. 건강보험과 실손보험뿐만 아니라 저축성 보험, 종신보험도 여러개 갖고 있다. 남편이 SNS에서 친분을 쌓은 보험설계사가 추천한 보험에 연거푸 가입한 결과인데, 이런 식으로 부부가 가진 보험만 10개가 넘고, 월 보험료는 141만원에 달한다. 

부부가 결혼한 지 7년이 다 돼 가지만 저축액이 '제로'인 건 이런 이유에서다. 남편이 여윳돈을 보험에 올인한 탓에 저축할 돈이 없다. 지인들은 어떻게든 저축으로 목돈을 확보하려 하는데, 남편은 보험만 쳐다보고 있으니 진씨로선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이런 진씨에게 남편은 '보험이 적금보다 낫지 않으냐'며 반문한다. 보장이 적지 않은 데다 원금까지 보장해주니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거다. "보험설계사 친구가 그러는데, 종신보험을 5년납으로 설정하고 10년 동안 묵힌 다음에 비과세 혜택을 받고 해지하래. 그러면 원금 손실 없이 이자까지 받을 수 있어. 적금보다 좋다니까."

진씨는 보험료에만 '올인'하는 상황이 불만이지만, 재테크 지식이 짧아 반대하기가 망설여진다. 남편의 방식이 정말 맞다면 발목을 잡고 싶진 않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부부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마음이 혼란스러워진 진씨는 필자에게 찾아와 상담을 요청했다.

부부의 사연을 어느 정도 들었으니, 이번엔 가계부를 살펴보자. 부부의 월소득은 500만원이다. 개인사업을 하는 남편 유씨가 가게 매출에서 생활비로 500만원을 떼 가정주부인 아내에게 주고 있다. 명절 땐 여기에 100만~150만원을 얹어주지만, 이는 비정기 수입이므로 제외했다.



정기지출은 공과금 29만원, 식비·생활비 110만원, 통신비 13만원, 주택담보대출 상환금 49만원, 자녀 교육비 30만원, 보험료 141만원, 유류비·교통비 21만원, 의류비 24만원, 용돈 80만원, 문화생활비 5만원 등 502만원이다.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은 미용비 150만원, 명절비·경조사비 200만원, 자동차 관련 비용 200만원 등 550만원이다. 월평균 45만원을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없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547만원을 쓰고 47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 자산으론 시세 3억5000만원의 자가 아파트가 있고, 주택담보대출금(잔여금 1억2000만원)이 여기에 묶여 있다. 슬하엔 6살 자녀를 두고 있다.

언뜻 보기에도 상황이 심각하다. 저축을 하나도 하지 않고 보험에만 100만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는 건 분명 상식적이지 않다. 남편은 "일정 기간 묵히면 해지 수수료가 없으니 손해볼 게 없지 않느냐"고 말했지만, 이는 반만 알고 반은 모르는 말이다. 

보험료엔 기본적으로 '사업비'가 포함돼 있다. 이는 보험사에 수수료로 내는 비용이므로, 돌려받을 수 없다. 처음부터 원금 손실을 보고 시작하는 셈이다. 게다가 초기 2~3년은 납입액의 상당부분이 사업비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같은 액수를 예적금 통장에 넣었을 때보다 수익을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늦다.

세금 공제 혜택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낮은 수익률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저축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이 거의 없다. 유연성도 떨어진다. 통장은 입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보험은 해약하면 원금의 상당 부분을 떼어 간다. 보험을 재테크 상품으로 삼아선 안 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일단 급한 대로 부부의 보험 중 가장 최근에 가입한 것을 해지하기로 했다. 남편이 3개월 전에 든 종신보험(12만원)이 타깃이다. 이 보험은 사망보장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데, 살펴보니 보장금액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자가 있고 나중에 연금으로도 전환할 수 있긴 하지만, 사업비와 수수료 비중이 워낙 높아 원금을 회복하는 데까지 10년 이상 걸린다. 그러니 손해를 어느 정도 보더라도 빠르게 해지하는 게 답이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이유로 부부는 종신보험을 해지했고, 보험료를 141만원에서 129만원으로 12만원 줄였다. 부부의 적자도 47만원에서 35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보험료 말고도 부부의 가계부엔 과소비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3인 가구임에도 100만원이 넘는 식비·생활비와 80만원에 달하는 부부 용돈 등 여러 지출 항목을 손봐야 한다. 또 보험에 매몰된 남편의 재테크 스타일도 바꿔야 한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다음 편에서 계속 소개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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