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심리지수 111.4
7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
반면 생활 물가 부담 더 커져
특히 외식비 1년 새 다 올라
기대심리와 외식물가 괴리감
소비자심리지수가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2025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1.4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1월(111.6)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월(110.8)과 비교해도 0.6포인트 상승했다. [※참고: 소비자심리지수란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수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이상이면 소비자들의 경제전망이 긍정적이란 의미다.]
소비자심리지수의 이같은 상승세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던 4월엔 93.8로 90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직전인 5월(101.8)부터 100을 넘어섰다(표①).
그러나 소비심리 회복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농축수산물ㆍ가공식품ㆍ외식 등 먹거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생활 물가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살펴보면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4.8% 올랐다. 특히 축산물(7.1%)과 수산물(7.5%)이 크게 올랐다. 가공식품 역시 4.2%로 여전히 높은 물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항목은 외식비다. 장바구니 물가도 부담스럽지만, 외식비 상승은 일상에서 훨씬 더 자주 마주치는 탓에 체감도가 크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의 조사 결과는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16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외식품목 8개 가격은 지난해 8월과 비교해 오르지 않은 게 단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삼계탕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1만7038원)과 비교하면 5.6% 올랐다. 삼계탕 가격은 3년 새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2022년 8월 1만5462원에서 지난해 1월 1만6000원, 7월에는 1만7000원을 넘어섰다. 이어 올해 8월 1만8000원에 도달했다(표②).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이다. 실제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더 비싸다. 서울 유명 삼계탕 전문점인 토속촌ㆍ고려삼계탕 등은 이미 기본 메뉴를 2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배양근ㆍ전복 등을 추가한 메뉴는 2만원을 훌쩍 넘는다.
냉면 가격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냉면 가격은 1만2423원으로 전년 동월(1만1923원) 대비 4.2% 올랐다. 2022년 4월 1만원, 2023년 6월 1만1000원, 지난해 12월 1만2000원을 넘는 등 꾸준히 오름세를 나타냈다(표③).
주요 매장에서 판매되는 실제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다. 을밀대ㆍ우래옥ㆍ봉피양 등 유명 평양냉면집은 1만6000원을 받고 있다. 을지면옥과 필동면옥은 1만5000원 선이다. 일부 식당은 한 그릇에 1만8000원까지 받는다.
다른 외식 품목 또한 마찬가지다. 자장면 가격은 7577원으로, 1년 전(7308원)보다 3.6% 올랐다. 2022년 6000원대였던 자장면은 지난해 9월 7000원대를 넘어 올해 1월 7500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삼겹살은 2만83원에서 2만571원으로 2.4%, 비빔밥은 1만962원에서 1만1538원으로 5.3%, 김치찌개 백반은 8192원에서 8577원으로 4.7% 각각 상승했다(표④).
이처럼 소비자심리지수는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 부담은 여전히 크다. 소비자심리가 언제든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향후 경기 회복을 향한 기대감을 반영한 지표로, 정부 정책 변화나 대외 여건 개선 등에 영향을 받는다"며 "지금 소비자심리지수가 높은 건 2차 소비쿠폰 지급 등 정책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외식 가격 상승 등 물가 부담이 계속되면 기대감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기 어렵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