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아오 복싱 이벤트의 이면 3편
주가조작 의혹의 중심 웰바이오텍
우크라 재건 추진할 능력 있었을까
2022년 12월에야 사업 목적 추가
이벤트 목적 '기부'였는지도 불분명
돈벌이 수단 활용한 복싱 이벤트우리는 '파키아오 이벤트의 이면' 1편과 2편에서 삼부토건 세력이 2022년 12월 열린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를 주가조작의 재료로 악용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 이벤트는 삼부토건 세력이 윤석열 정부로 이어지는 거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3편에선 삼부토건 주가조작의 중심에 서 있는 웰바이오텍의 행보를 살펴봤다.
2022년 10월 11일 오전. 세계적인 복싱 선수 매니 파키아오가 한국 기자들 앞에 섰다. 그해 12월 11일에 열리는 '매니 파키아오 VS DK YOO 스페셜매치'를 홍보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기자회견엔 파키아오를 비롯해 DK YOO(이하 DK 유), 이진주 파이트케이 대표,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 겸 웰바이오텍 회장(이하 이기훈)이 함께했다. 이기훈은 '김건희 특검'이 공개 수배한 인물이다.[※참고: '파키아오 이벤트 경기'에 등장하는 인물과 회사는 1편에서 자세히 언급했다. 가독성을 위해 기사 하단부에 표를 배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웰바이오텍과 삼부토건, 디와이디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나서고 있다는 내용이 노골적으로 언급됐다. 이기훈이 직접 "삼부토건은 현재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모습을…"이란 내용을 말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직후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거기엔 '웰바이오텍·디와이디·삼부토건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추진 소식'이 복붙하듯 그대로 담겼다. 문제는 웰바이오텍이 우크라이나 재건을 도울 만한 능력을 갖고 있었느냐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선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에 30억원을 투자한 웰바이오텍의 임시주총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 5막: 웰바이오텍 주총 = 시계추를 기자회견이 열리기 두달 전인 2022년 9월로 돌려보자. 9월 7일 디와이디가 파이트케이에 투자약정서(LOI)를 보낸 날로부터 보름 후인 9월 22일 웰바이오텍은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사업목적 추가 등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였다.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보름 후인 10월 6일 디와이디가 약정했던 투자를 웰바이오텍이 이어받아 계약했다. 이기훈의 지시에 따른 결과였다.
그렇다면 웰바이오텍이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에 30억원을 투자한 2022년 당시 사업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2022년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웰바이오텍의 사업 내용은 ▲리테일, ▲패션브랜드, ▲복합운송(비상장계열사), ▲제약·바이오(비상장계열사) 등 크게 네가지였다. 우크라이나에서 재건사업을 펼칠 만한 사업은 사실상 없었다.
그랬던 웰바이오텍은 12월 29일이 돼서야 임시주총을 열고 신규 사업목적으로 '비금속 광물 제품 제조업' '비철 금속 판매 및 수출입업' '재활용 웨이퍼 판매 및 수출입업' '전기상용차 및 전기승용차 개발, 판매, 무역 및 중계무역업' 등 11개를 추가했다.
대부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과 맞닿아 있는 것들이었다. 삼부토건, 웰바이오텍, 디와이디를 앞세워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를 홍보하고, 나중에 사업목적을 추가한 셈이다. 이게 과연 통상의 절차일까. 그렇게 보긴 어렵다. 법인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법적 절차를 거쳐 '정관'과 '등기부등본'을 바꿔야 한다. 이를 거치지 않으면 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법인의 목적 사업을 규정하는 정관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이라며 "호재성 내용을 밝히고 이후에 정관을 변경한 것은 명분을 만들기 위한 요식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투자업계 관계자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삼부토건 세력은 호재성 보도자료를 뿌린 후 주가가 움직이는 걸 확인했을 것이다. 그 이후에 정관을 바꾼 건 주가상승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수순으로 보인다. 정관을 변경하면 시장에 회사가 실제로 관련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론 사업 목적을 추가해야 논란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걸 노렸을 수도 있다."
■ 6막: 웰바이오텍의 속내 = 웰바이오텍 등 삼부토건 세력이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를 통해 노린 게 우크라이나 재건이나 기부가 아니었음을 엿볼 수 있는 사례는 또 있다. 이기훈은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의 목적을 '기부'라고 밝혔지만, 실제론 목적 자체가 불분명하다.
2022년 9월 7일 디와이디가 파이트케이에 보낸 투자의향서는 사실상 원금보장형 투자에 가까웠다. 디와이디는 투자의향서에 "파이트케이의 PPV(Pay Per View·페이퍼뷰) 수입금에서 당사(디와이디) 투자금을 우선 회수하고, 제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순수입의 50%를 가져간다"는 투자 조건을 걸었다.
투자 주체가 웰바이오텍으로 바뀐 후엔 투자금 회수 항목이 사라졌지만 파이트케이 관계자들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한발 더 나아가 웰바이오텍이 '이면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기훈이 파이트케이의 수익 중 65%를 자신이 가져가는 이면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게 골자다.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의 목적이 우크라이나 재건이나 기부가 아닌 '돈벌이'에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지점이다.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는 우크라이나 재건과 기부란 명분을 앞세웠지만, 그 이면에선 다른 일들이 벌어졌다. 이기훈을 중심으로 한 삼부토건 세력은 파키아오 경기를 매개로 '우크라이나 재건과 기부'를 연결하고, 삼부토건·웰바이오텍·디와이디 등 자신들의 회사를 노출하는 방법을 택한 듯하다.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가 삼부토건 세력을 띄우는 재료로 악용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가 끝난 후 삼부토건 세력은 김건희씨 주변인물과 이어지는데, 이 이야기는 4편에서 이어나가 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