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아오 복싱 이벤트의 이면 2편
2022년 12월 파키아오 복싱 경기
우크라이나 재건과 삼부토건 엮어
중심인물 이기훈 웰바이오텍 회장
김건희 특검이 8월 공개 수배# '김건희 특검팀'은 8월 19일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이자 웰바이오텍 회장을 공개 수배했다. 2023년 5월부터 삼부토건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이 종적을 감췄기 때문이다.
# 공교롭게도 그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삼부토건 관계사를 띄우는 데 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를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의 이면 2편에서 이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는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 경기의 이면' 1편에서 2022년 12월 11일 열린 세계적인 복서 매니 파키아오와 무술가 DK YOO(이하 DK 유)의 이벤트 복싱 경기가 어쩌다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과 얽혔는지 그 과정을 살펴봤다.
공교롭게도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 경기'엔 삼부토건 주가조작에 연루된 주요 인물과 회사들이 모두 등장한다. 여기에 30억원을 투자한 웰바이오텍과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 겸 웰바이오텍 회장이 대표적이다. 주목할 점은 웰바이오텍이 '파키아오 이벤트 경기'에 자금을 투입한 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란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 3막: 10월 1일과 7일 단톡방 = 자! 2편은 화장품 업체 디와이디가 파이트케이에 투자의향서(LOI)를 보낸 2022년 9월에서 시작해 보자. 그해 9월 7일 디와이디의 투자의향서를 받은 파이트케이 대표 이진주는 이틀 후인 9일 필리핀에서 파키아오와 '이벤트 경기'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한달 후인 10월 6일 투자 주체가 디와이디에서 웰바이오텍으로 변경됐다.[※참고: 웰바이오텍은 식음료 리테일 기업으로 2018년 7월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이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를 통해 인수한 곳이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 디와이디의 자금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2022년말 기준 디와이디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8억700만원에 불과했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107억원, 41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은 -46억원에 불과했다. 그해 2월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률이 2년 연속 50%를 웃돌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수십억원을 투자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다.
둘째, 디와이디의 업종도 복싱 경기를 주최하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디와이디의 주력은 화장품 유통. 2022년 3월 사업다각화에 나서겠다며 택배업, 무인항공기·드론 운송업, 가상화폐 제작 및 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지만 스포츠 이벤트와 관련한 사업은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투자 주체를 디와이디에서 웰바이오텍으로 변경하라고 지시한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김건희 특검'이 수배 중인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이하 이기훈)이다. 2023년 경찰에서 진행한 참고인 조사에서 이진주가 진술한 내용을 보자.
"이기훈이 갑자기 안 된다고 했어요. 웰바이오텍이 하게 됐고. 이기훈은 '같은 곳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설명했습니다."
[※참고: 이진주가 참고인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이유는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를 둘러싼 소송 때문이었다. 현재 DK 유는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에 30억원을 투자한 웰바이오텍과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 현재 1심(형사재판)이 진행 중인데, 앞서 이진주가 받은 '참고인 조사'는 이와 관련한 것이었다. 다만, DK 유와 웰바이오텍 간의 법적 다툼은 주가조작 의혹과는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에 이 기사에선 다루지 않는다.]
실제로 이기훈은 2022년 10월 1일(토요일) 웰바이오텍 단체카톡방에서 실무자들에게 계약을 지시했다. 여기엔 웰바이오텍 고위 임원이 모두 참여했다. 카톡에 나오는 구○○는 웰바이오텍 당시 대표다. 김○○과 서○○은 각각 웰바이오텍 전무, 최고 재무 관리자(CFO)다. 단톡방 이뤄진 대화는 다음과 같았다.
이기훈 회장님 새폰이 pearl Queen을 초대했습니다. (pearl Queen은 이진주의 카톡명으로 보인다.)
이기훈: 구 대표, 김○○과 화요일날 계약서 완료해서 진주와 계약서 날인.
웰바이오텍 구대표님: 협의하겠습니다.
김○○: 네 알겠습니다.
pearl Queen: 네 알겠습니다.
6일 후인 7일 이 단톡방에선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기훈: 11일 회견 때 그래도 디와이디도 넣어서 진행해줘.
이진주: 주관·주최사는 한곳으로 가야 해서요. 의견 보내겠습니다. 디와이디를 어디에 넣을까요?
이기훈: 주관은 웰(바이오텍)로 하고, 협력 등으로 삼부, 디와이디. 그럼 보도(자료)로 풀자.
이기훈: 엘(웰바이오텍)은 우크라이나물류, 수송, 건축물의 전기차 충전설비. 디와이디는 AFC(엔젤스파이팅챔피언십) 운영 경험으로 이번 대회 운영 및 우크라이나 건설 동참 삼부토목 등 건설.
■4막: 10월 11일 단톡방 = 삼부토건 관계사를 띄우려는 작업은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 기자회견 직전까지 이어졌다. 이기훈은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 기자회견이 열린 2022년 10월 11일 웰바이오텍 CFO 서○○에게 웰바이오텍, 삼부토건, 디와이디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기사를 작성·배포하라고 지시한다. 보도자료엔 물류·수송·건축 사업계획을 포함했는데, 이 내용은 언론에 그대로 보도됐다. 10월 11일 단톡방으로 들어가 보자.
CFO 서○○는 관련 보도자료를 단톡방에 띄우며 이렇게 말한다.
서○○ 웰바이오: 최종본입니다. 2시 30분에 뿌립니다.
이기훈 부회장: 디와이디도 재건 참여한다고 넣어.
서○○ 웰바이오: …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을 위해 자회사인 … 지원 등을 검토 중이다. 더불어 관계사 디와이디… 바탕으로 이번 대회를 지원하고, 관계사인…
서○○ 웰바이오: 이렇게 가겠습니다. 그럼 디와이디와 삼부토건이 함께 재건사업을 진행하는 게 됩니다.
이기훈 부회장: ㅇㅋ
단톡방에는 텍스트가 잘려서 구체적인 내용까진 알 수 없다. 하지만 10월 11일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 기자회견 당시 기사를 보면,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보도자료와 기사가 '복붙(복사해서 붙인)'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주요 언론이 쓴 가사를 보자. "웰바이오텍은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을 위해 자회사인 로드스타씨앤에어의 물류운송시스템 및 전기차 충전설비 지원 등을 검토 중이다. 더불어 관계사 디와이디는 AFC(엔젤스파이팅챔피언십) 경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를 지원하고 관계사인 삼부토건과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처럼 이기훈은 '파키아오 이벤트'를 총지휘했다. 이벤트를 맡은 회사는 파이트케이였지만, 이진주의 주된 역할은 이기훈의 '영令'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기훈의 지시대로 뿌려진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이냐는 점이다.
이 지점에선 두가지 따져볼 게 있다. 첫째, 삼부토건 관계사들이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와 '우크라이나'를 발판으로 삼부토건 관련 기업을 띄우려 했던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22년 6월 23일 디와이디는 '삼부토건·디와이디·유라시아경제인협회 우크라 재건사업 업무협약'이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날 디와이디·삼부토건·유라시아경제인협회 세곳이 우크라이나 전쟁복구 재건 사업과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결과, 3900원으로 시작한 디와이디의 주가는 장중 4290원으로 10% 상승했고, 삼부토건의 주가는 1700원에서 2210원으로 치솟으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었다. 디와이디와 삼부토건이 유라시아경제인협회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MOU를 위한 문서는 만들었지만 체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삼부토건이 체결하지도 않은 MOU를 체결한 것처럼 알린 셈이었다.
이를 뒤늦게 알아챈 유라시아경제인협회는 삼부토건에 항의했고, 삼부토건을 보도자료를 핑계로 유라시아경제인연합회에 MOU를 체결하자고 회유했다. 유라시아경제인협회는 실제로 2~3주 후 MOU 서류를 삼부토건에 보냈다.
둘째는 기자회견 당시 웰바이오텍이 보도자료에 넣은 사업들을 충실하게 펼칠 만한 역량을 갖고 있었느냐인데, 이는 의문이다. 당시 웰바이오텍의 사업 내용은 리테일, 패션브랜드, 복합운송, 제약·바이오, 임대사업 등에 불과했다(2022년 사업보고서).
'김건희 특검'은 8월 1일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런 문제들을 공소장에 넣었다. 특검은 "삼부토건이 해외 수주 내역이 없는 데다 해외사업부문은 진행 중인 사업장이 없다"며 "재무상황이 악화해 해외사업을 진행할 의사와 능력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웰바디오텍과 삼부토건 주가는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 기자회견 이후 어떻게 흘렀을까. 이 이야기는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의 이면 3편'에서 이어나가 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