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新무역시대… '원ㆍ하청' 뜯어고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김정덕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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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분석
新국제무역 시대 불투명한 미래
WTO도 FTA도 이젠 무용지물
완성차 업체도 부품사도 큰 위기
자국 우선주의 확산에 대응 필요
수출 구조와 생산 구조 싹 바꿔야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우리의 과제는 더 많아졌다.[사진|뉴시스]


# 한미 무역협정으로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 관세가 25%에서 15%로 떨어졌다. 많은 이들은 다행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고작 2~3%의 영업이익률을 내는 수많은 부품업체들로선 대미 수출이 막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심지어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에서도 자국 우선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수출 중심의 무역 시스템에도, 하청구조에 기반한 자동차 생산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7월 한미 무역협상이 타결됐다. '선방'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산업 분야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데다, 추상적인 내용도 적지 않다. 합의 내용이 포괄적ㆍ추상적일수록 서로 간에 해석 차이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그에 따라 협상 내용이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향후 분야별로 꼼꼼한 세부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가 기간산업인 자동차 분야에서 15%의 관세를 부과받은 것도 마찬가지다. 원래 미국은 한국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관세율을 10%포인트 낮췄다는 점은 꽤 긍정적이다. 유럽이나 일본과 같은 관세율을 적용받아서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0% 관세' 효과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유리하지 않은 상태로 경쟁해야 한다. 게다가 15%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관세 인하가 늦어지고 있다. 한달 밀릴 때마다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자동차 부품사들은 더 힘들다. 영업이익률이 통상 2~3%대에 불과한 자동차 부품사 입장에서 15%라는 관세율은 치명적이다. 자동차 부품을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부품사라면 미국 직수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한번 무너지면 회복이 쉽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이고 다양한 지원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주목할 점은 이런 상황이 단발성으로 끝나겠냐는 거다. 그렇지 않을 듯하다. 트럼프 관세 시대는 우리에게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게 뭘까. 

[사진|뉴시스]


첫째, 세계무역기구(WTO)와 한미FTA에 따라 이어져온 자유주의 국제무역 질서는 완전히 무너졌다. 특히 미국에서 시작한 자국 우선주의는 유럽연합(EU)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해외 현지 투자가 늘면서 국내에 있던 생산시설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한편에선 '산업공동화空洞化' 현상을 우려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규범화된 국제 질서를 바탕으로 수출에 중점을 두고 성장해온 우리나라로선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응할 만한 새로운 무역 전략이 필요하다. [※참고: 산업공동화는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국내 생산과 고용이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둘째, 차기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나온다고 해도 트럼프식 글로벌 전략이 갑자기 바뀔지는 의문이다. 트럼프가 구축한 미국 중심의 관세 체제를 다음 정부가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연히 미국이 '혈맹'을 운운하면서 우방국들과 맺어온 기존 국제관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거진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재명 정부의 디테일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우리가 획득한 첨단산업 차별화 기술이 사라지고 있다는 건 큰 문제다. 일례로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거의 사라졌다.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기술, 알고리즘,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측면에서 보면 중국이 되레 앞서나가고 있다.

앞으로 어떤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싸울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연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젠 미래를 위한 차세대 기술 확보와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넷째, 국가 기간산업을 이끄는 자동차 산업의 기존 생태계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국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해서 해외로 수출하는 시스템은 더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국 우선주의에 따라 현지 투자가 늘면 국내 산업공동화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그에 맞게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사진|뉴시스]


예컨대 현지에서 차체 생산을 담당한다면 국내에선 첨단 기술에 기반한 고부가가치 부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이원화하는 식이다. 그러려면 하청을 통해 부품을 생산하는 현재의 자동차 생산 구조를 고민해봐야 한다.

2~3%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기반으로 하는 부품업체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품업체들이 자체적인 연구를 통해 부품을 개발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산ㆍ학ㆍ연ㆍ관의 지원 구조를 한번 더 점검해봐야 하는 이유다.

노사관계도 손봐야 한다. 매년 실시하는 임금ㆍ단체협상을 2~3년에 한번씩 하는 정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과거의 시대는 없어지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선진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도약이냐 아니면 퇴행이냐.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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