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입량 중 미국산 이미 49%
국산 판로 위축 등 부작용 우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2일 관세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을 향해 “많은 쟁점에 대해 양국의 이견이 많이 좁혀졌으나 아직 한두가지 팽팽하게 대립하는 분야가 있다”며 “이와 관련해 국익에 맞는 타결안을 만들고자 출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말 경북 경주에서 개최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합의문이 발표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농업계에선 미국산 대두 수입 확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이 최근 한국에 대두 수입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7일 협상과 관련해 “농산물과 관련해 새롭게 협상된 것은 듣지 못했지만 유일하게 들은 것은 대두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세계무역기구(WTO)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으로 대두를 수입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할당관세를 적용해 대두박·대두유를 수입한다. 대두의 경우 식용·채유용·콩나물콩용 등으로 분류되는데, 올해 1∼9월 미국산 대두 수입량은 42만7950t으로 전체 수입량(87만1466t)의 49.1%를 차지했다. 식용(21만4520t)으로 한정할 경우 미국산(17만8557t) 비중은 83.2%로 높아진다.
문제는 정부의 타작물재배 정책 등의 영향으로 국산 콩 생산 과잉이 예상되고 있어, 수입이 확대될 경우 농가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콩 재배면적은 8만3133㏊로 지난해보다 12.3%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국내 대두 수입시장은 연간 최대 130만t으로 추산되는데, 미국산 수입이 확대돼 전체 수입량이 늘어날 경우 국산 콩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장은 “국산 콩 과잉이 예상돼 소비촉진이 절실한 상황에서 수입이 늘어난다면 (국산 콩의)판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에 참여해 논콩으로 전환한 농가들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농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미국의 수출 적체를 해결할 만큼 한국시장이 크지 않다”며 “국내 수급 상황을 고려해 수입 확대 여부를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