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 인정
농작물재해보험 적용 요구 한목소리
충북 청주시 미원면 구방리에서 8925㎡(2700평) 규모로 브로콜리 농사를 짓는 최영회씨(67)는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9월말부터 잦은 비와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검은무늬병이 밭 전체를 덮쳐 수확은 포기한 채, 밭을 통째로 갈어엎어야 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9월초부터 4~5일 간격으로 11차례나 약제를 살포했지만, 계속 내린 비로 인해 피해를 막을 수 없었다. 수확을 전혀 못하는 상황에 그동안 들어간 농약값과 종자대 등의 모든 비용은 고스란히 부담으로 남게 됐다.
이용희 불정면 웅동리 이장(55)은 “계속 이어진 비에 물이 빠지지 않아 콩이 검게 변하고 작아지는 미라병이 번지고 있다”며 “20년 가까이 콩 농사를 지었지만 수확기에 이렇게 광범위하게 병이 번지는 피해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이달 들어 16일까지 13일간 비가 내렸다. 특히 청주 지역은 2일부터 전날까지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비가 이어져 누적 강수량이 111.3㎜에 달했다. 이같은 날씨로 인해 배추 무름병 피해는 청주 107㏊, 괴산 66㏊ 등 총 173㏊에 달했다. 청주시는 배추·브로콜리를 재배하는 전체 516농가 346.8㏊ 가운데, 미원·낭성 지역 133㏊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농민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병 발생’이 아니라,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최영회씨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양상의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한 만큼, 자연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희 이장도 “이번 피해는 호우·태풍에 준하는 자연재해”라며 ”농작물재해보험의 ‘기타 자연재해’로 규정해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충북 대표 대추 주산지인 보은에서도 17일 시작되는 축제를 앞두고,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열매에 검은 반점이 생기고 제대로 붉은색을 띠지 않아 농가들이 속앓이를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