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 탄저병 도는데 방제 못해
벼, 깨씨무늬병·수발아 ‘골머리’
논콩, 습해로 시듦병 등 발생도
과수 잎따고 열매 돌려줘야
13일 오후 충남 예산군 고덕면의 한 사과 과수원. 전체 20㏊ 규모로 사과를 재배하는 김정도씨(64) 표정이 어두웠다. 과원에 달린 사과엔 붉은 기가 한알의 절반도 안됐다. 저온창고로 이동해 살펴보니 꼭지가 갈라진 사과가 10상자 쌓여 있었다. 김씨에 따르면 이곳은 이달초부터 일주일 이상 비가 내리면서 열매터짐·낙과 피해가 속출했다. 착색이 불량한 사과도 상당수다.
10월 들어 가을비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농가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월1∼14일 전국 평균 강수일수는 8일로 비가 온 날이 더 많았다. 같은 기간 전국 66곳 지점의 평균 누적 강수량은 100㎜다. 평년 10월 한달치(64㎜)를 넘어섰다.
단감은 탄저병 발생이 우려된다. 경남 창원에서 1.7㏊(5000평) 규모로 조생종 ‘태추’ 단감을 재배하는 조석구씨(60·의창구 대산면)는 “이달초부터 비 때문에 탄저병이 돌고 있다”면서 “체감상 지난해보다 탄저병 감염주가 많이 나오는데 비가 멈추질 않아 추가 방제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가 길어지면 낙과 비율이 15% 이상으로 늘어 평년 낙과율(10∼12%)보다 높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농촌진흥기관도 비상에 걸렸다. 농촌진흥청은 도농업기술원, 시·군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수확기 비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작목별 기술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노석원 농진청 식량산업기술팀 지도관은 “벼논에 물이 고이면 피해가 더 커지기 때문에 배수로를 정비해야 한다”면서 “땅이 말라 콤바인이 진입할 수 있다면 비가 그치고 12∼24시간 뒤 바로 수확하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노 지도관은 “비가 그치고 기온이 떨어지면 서리가 내릴 수 있다”면서 “콩은 익은 정도와 기상상황을 고려해 제때 수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수농가에겐 잎따기와 열매 돌려주기를 권장했다. 김정우 농진청 기술보급과 지도사는 “과실을 가린 잎은 전체의 30%까지만 제거하고 열매는 색이 덜 든 면이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돌려야 한다”면서 “과수 아래 반사필름을 설치하면 착색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지도사는 “열매터짐을 예방하려면 과수원 배수로를 점검하고 나무 내부까지 바람이 잘 통하도록 가지를 제거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김 지도사는 “단감은 10월 중순 가을거름을 주면 나무 세력 회복과 양분 저장에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