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수확기 ‘깨씨무늬병’ 피해 확산…농민 땀방울이 눈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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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피해면적 지난해 2배 ↑
더운 날씨에 병 늘고 비엔 도복
1등급 줄고 도정수율 하락 우려
“재해 인정 서둘러 미질 관리를”
13일 전남 고흥군 포두면 흥양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벼 매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입구에 깨씨무늬병에 걸린 벼의 구분 매입 안내문이 걸려 있다. 고흥=장재혁 기자
13일 산물벼 매입이 한창인 전남 고흥군 포두면 흥양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입구엔 깨씨무늬병에 감염된 벼를 구분 매입한다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9월25일부터 중만생종 벼 매입을 시작했는데 관련 피해가 커지면서 견본까지 부착한 안내문을 설치한 것이다.

양곡검사원인 홍정필 흥양농협 상무는 “지난해 1등급 비율이 90%가 넘었는데 올해는 30%가 안될 정도로 미질이 좋지 않고 제현율 하락으로 수확량 감소가 예상된다”며 “피해 벼 구분 매입을 안내하고 있지만 대부분 농가들이 구분 없이 출하해 판정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1등급(왼쪽부터) 판정을 받은 벼와 3등급 판정을 받은 벼, 3등급 받은 벼를 탈곡한 현미. 알곡 색이 고르지 않다. 고흥=장재혁 기자
◆전국 3만6000㏊ 피해…지난해 대비 2배 이상=벼의 잎·줄기·알곡 등에 흑갈색의 깨씨 같은 무늬가 생기는 깨씨무늬병은 9월초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피해면적은 이달 1일 기준 전남 1만3300㏊, 충남 7800㏊, 경북 7300㏊, 전북 4400㏊ 등 총 3만6000㏊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2배 이상 는 수치다.

조형준 흥양농협 상무는 “8월까지만 해도 별다른 병해충이 없어 풍년이 예상됐는데 9월초부터 들녘이 붉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갈수록 피해가 커졌다”며 “지난해 발생한 벼멸구의 경우 일부에 꺼짐 현상이 발생했지만 벼 깨씨무늬병은 한 구획 전체로 피해가 번졌다”고 설명했다.

최동철씨(75·충북 보은군 내북면)는 “9월 들어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자 깨씨무늬병이 번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들녘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며 “평생 벼농사를 지어왔지만 이렇게 피해가 심각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1등급 비율 줄고 생산량 감소 불가피=매입 현장에서는 등급 판정을 두고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깨씨무늬병으로 등급이 전반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3만3057㎡(1만평)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김익종씨(67·포두면)는 “아침에 출하한 산물벼 톤백 9개 가운데 5개가 2등급을 받았다”면서 “힘들게 농사지었는데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이날 출하한 산물벼 톤백 3개 모두 3등급 판정을 받은 농가도 있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정용호 보은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9월말 매입을 시작해 현재 18% 정도 진행됐는데, 예년에는 80∼90% 차지하던 1등급 비율이 떨어지고, 2등급 물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걱정했다.

김용경 전남 장흥 정남진농협쌀조공법인 대표도 “매입 초기라 물량은 적지만 1등급 판정률이 30∼4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보다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도정수율도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깊다.

이보형 농협전국벼협의회장(충남 홍성 광천농협 조합장)은 “깨씨무늬병이 더 확산되기 전에 수확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농가들이 덜 익은 벼를 서둘러 수확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비 때문에 수확이 늦춰지면서 도복(벼 쓰러짐)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병에 걸리지 않은 벼도 도정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엄귀섭 전북 임실군조공법인 대표는 “임실 전체 벼 재배면적의 30%가량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한마지기(200평)당 14∼15포대(40㎏ 기준)는 나와야 하는데 12포대 수준에 머무른다”고 진단했다.

◆“신속한 재해 인정으로 농가 불안 잠재워야”=현장에서는 정부의 신속한 재해 인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문병완 농협RPC전국협의회장(전남 보성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벼멸구 피해 때도 정부의 대책 발표가 늦어지면서 피해 벼가 혼입돼 도정수율이 크게 떨어졌다”며 “현재 농가들이 피해 벼를 그대로 농협에 내놓고 있는데, 이렇게 저품위 쌀이 유통되면 쌀값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매입 초기에 신속하게 농업재해를 인정해 피해 벼와 정상 벼가 분리 유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채 농협RPC광주·전남운영협의회장(전남 해남 황산농협 조합장)은 “이달 중순이면 매입이 대부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데, 재해 인정과 후속 대책이 이보다 지연되면 미질이 떨어지는 피해 벼들이 RPC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경영 여건이 열악한 RPC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고흥·장흥=장재혁, 보성·해남=이시내, 보은=황송민, 임실=윤슬기 기자 jaehyu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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