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민원 제기때 공기 포집
기준치 넘어서면 과태료 부과
후각 의존하는 주관적 측정
외부환경·측정주체 영향 커
돼지 5000여마리를 키우는 전북 고창의 한 종돈장을 겨냥해 제기된 냄새 민원 건수다. 연간 민원만 수십건에 이르면서 이 종돈장은 더이상 경영을 이어가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지자체는 종돈장 경계 부지에서 냄새를 포집해 측정한 뒤 기준치를 넘어서면 어김없이 과태료를 부과했다. 관련법에 따라 1차 때 50만원인 과태료는 2차 때 70만원, 3차 이상일 때는 100만원까지 올라간다.
“종돈장은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키는 전초기지예요. 그런데 이렇게 민원이 다수 발생하니 별 수 있겠어요. 문을 닫거나 매각하는 수밖에요.”
종돈장 관리인은 “각종 냄새 저감시설에 투자한 것만도 지금까지 100억원이 훌쩍 넘는다”면서 “우리 종돈장이 규모가 있어서 그렇지 영세한 농장이었으면 진작에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때 이곳 종돈장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냄새 민원이 없기로 정평이 났다. 그런데 산을 깎아 길을 튼 지방도가 2021년 완공되면서 문제가 터졌다. 뚫린 길을 따라 냄새가 퍼지면서 직선거리로 1㎞ 떨어진 아파트 1개 동에서 주민 민원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것이다.
고창군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종돈장에 최신식 냄새 저감시설이 들어서면서 분변 냄새를 거의 잡아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민원이 날 때마다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 외에) 주민과 양돈장 간 중재를 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에 나서는 것은 지자체 조례상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사람 후각 의존하는 측정법, 기관별로 결과 달라=양돈농가를 괴롭히는 건 또 있다. 바로 사람의 후각에 의존하는 주관적인 냄새 측정법이다. 해당 결과가 측정 주체에 따라 오락가락하면서 농가들 사이에선 불만이 쌓이고 있다.
농가들에 따르면 축산 냄새 민원이 발생했을 때 전국 지자체에선 공기희석관능법을 쓴다. 냄새가 나는 곳에서 공기 10ℓ를 포집한 다음 측정기관에서 냄새가 담긴 공기 주머니에다 깨끗한 공기를 섞는 방식이다. 희석량을 점차 늘려나가다가 그 비율이 1대15를 초과했는데도 ‘판정요원’이 냄새를 맡는다면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간주한다. 문제는 공기희석관능법의 결과값이 외부 환경이나 측정기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고창군 관계자는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종돈장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공기 포집 시점에서 기압이 높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결과값이 기준치 이하로 나오곤 한다”고 귀띔했다.
측정기관에 따른 편차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종돈장 관계자는 “종 돈장 울타리 인근에 냄새 측정 기계 2대를 설치했는데 최근 단 한번도 기준치를 초과해 경고음이 울린 적이 없지만 계속 냄새 민원이 발생해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답답한 마음에 지자체 담당자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공기희석관능법에 따라 공기를 포집했는데 지자체에선 ‘기준치 초과’, 우리가 판정을 의뢰한 사설기관에선 ‘기준치 이하’라는 상이한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임에도 공기희석관능법을 객관적인 지표로 삼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