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을 모셔라…금융권, 상품 경쟁 본격화

류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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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체류자 300만명 돌파 전망

농협, 적립적금 금리 최고 3.8%
계절근로자 맞춤서비스도 강화

업계, 신용대출상품 잇단 출시
외국인 수신 고객 확보에 총력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수가 올해 3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외국인 인구는 2000년 49만명에서 2024년 265만명으로 급증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91일 이상 장기 체류하는 거주 외국인은 156만명, 국내 고용 외국인은 101만명에 달한다. 이들의 경제활동 참여도와 소득 수준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금융권이 외국인을 새로운 핵심 고객층으로 인식하고 전용 상품과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농협, 외국인 특화 서비스 강화=NH농협은행은 최근 외국인 전용 패키지 상품인 ‘NH글로벌위드 패키지’와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입출식 통장은 우대 조건 충족 시 연 2% 금리를 제공하고, 자유적립식 적금은 최고 연 3.8%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송금·환전 수수료 우대와 38개 언어 인공지능(AI) 통번역 상담 서비스도 포함한다.

또한 이달 중 외국인 전용 창구인 ‘NH글로벌위드 데스크’를 경기 안산·화성과 인천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시범 운영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금융 상담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농협 상호금융도 외국인 고객을 위한 ‘커넥트 하나로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만 12세 이상 외국인등록증을 소지한 고객이라면 전국 농축협 영업점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10개 언어 안내 서비스로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농협은 전국 농촌 영업망을 기반으로 외국인 근로자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어 계절근로자가 통장 개설, 송금, 카드 이용 등 금융거래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금융권 외국인 고객 확보 경쟁 치열=주요 시중은행 역시 외국인 전담 창구를 확대하고 다국어 모바일 뱅킹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송금 수수료 우대, 외국인 전용 대출 등 혜택을 담은 상품도 잇따라 선보이며 외국인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섰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전용 신용대출 상품 출시가 활발하다. 신한은행은 ‘SOL 글로벌론’을, 하나은행은 ‘하나 외국인 EZ Loan’을, 농협은행은 ‘NH K-외국인신용대출’을 각각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은행들은 외국인 차주가 출국하면 대출 회수가 어려워 연체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신용대출을 꺼려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자수익보다 외국인 수신 고객 확보를 위해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NH농협·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외국인 신규 고객은 2020년 18만4000명에서 2023년 37만7000만명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월평균 3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외국인 임금근로자 비율도 2017년 10.4%에서 2024년 37.1%로 급등해 외국인 금융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도개선과 남은 과제는=정부와 금융권은 외국인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1월 도입된 모바일 외국인등록증으로 실명 확인이 가능해지면서 은행 계좌 개설 등 금융거래가 한층 쉬워졌다.

과제도 적지 않다. 홍용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거주 외국인의 금융 접근성 현황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신용이력이 부족한 외국인은 대출 등 주요 금융서비스 이용에 제약이 따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가 출신국 신용정보와 체류기간 등을 연계해 평가모형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언어·문화 장벽, 사후관리의 어려움, 미사용 계좌 방치 등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홍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국내 금융기관 이용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 확대될 것”이라며 “제도의 실효성 제고와 포용적 금융환경 조성을 위해 정책적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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