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관혼상제에서 쓰일 만큼 단순한 먹거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폐백례가 끝나면 시부모가 며느리에게 밤이나 대추를 던져 자손 번창을 기원했다.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고 밤이 올랐다. 밤나무 목재는 신주(죽은 사람의 위패) 제작에도 쓰였다. 대부분 식물들은 싹이 나면 씨앗의 껍질이 바로 떨어지지만 밤의 껍질은 오래도록 붙어 있어 자신이 태어난 근본을 알고 조상을 잊지 않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밤나무는 아시아·유럽·아메리카 등 곳곳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함경도 일부를 제외한 전역에서 자생한다. 특히 우리나라 밤은 예로부터 일본이나 중국보다 알이 굵기로 유명하다. 진나라 진수의 <삼국지>에는 ‘마한의 금수초목은 중국과 비슷하지만 굵기가 배만 한 밤이 난다’는 기록이, 당나라 위징의 <수서>와 이연수의 <북사>에는 ‘백제에서 큰 밤이 생산된다’는 언급이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 밤의 주산지는 충남 공주와 부여, 전남 광양 등이다. 그중 공주는 오랜 재배 역사를 자랑하며, 밤의 품질과 맛이 좋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공주에선 매년 ‘겨울공주군밤축제’가 열려 따끈하게 구운 알밤을 맛보고, 밤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행사에 참여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량만 먹어도 포만감이 든다. <동의보감>에서는 ‘밤은 기를 북돋고 위와 장을 든든하게 하며, 신기를 보하고 배고픔을 가시게 한다’고 적혀 있다. 심장질환 예방과 혈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필수지방산인 오메가-3와 오메가 -6 함량이 높아 체내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
항간에는 ‘밤을 먹으면 살찐다’라는 편견이 있는데, 사실 생밤 100g당 열량은 162㎉로 아몬드나 땅콩보다 낮고, 강한 단맛에 비해 지방함량이 적다. 성인 하루 권장 섭취량 5~10개만 적당히 먹으면 건강에 이롭고 든든한 다이어트 간식이 된다. 밤은 알맹이뿐만 아니라 밤송이와 껍질까지 쓰임새가 다양하다. 밤송이를 달인 물은 위장병이나 설사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속껍질의 탄닌 성분은 모공을 축소하고 고운 피부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밤알 껍질을 꿀에 개어 바르면 피부가 수축하고 노인 얼굴의 주름살을 펴준다’고 한다. 이 효능을 살려 현대에는 속껍질이 비누나 팩의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만약 집에서 직접 팩을 만들고 싶다면 속껍질을 잘 말린 뒤 곱게 빻아 가루를 낸 다음, 꿀과 함께 섞어 사용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물에 뜨는 밤은 이미 벌레 먹거나 상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따로 건진다. 물에 담근 밤은 다시 한번 맑은 물로 헹군 뒤 물기를 제거하고 그늘진 곳에 말려둔다. 이후에는 비닐봉지나 지퍼 백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면 신선함이 오래 유지된다. 장기간 보관하려면 삶은 후 냉동실에 넣어두자.
밤은 생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삶거나 구워 먹으면 특유의 고소함과 단맛이 살아나고 소화도 더 잘된다. 손질할 때 껍질이 딱딱해 잘 벗겨지지 않으면 옆쪽에 칼집을 살짝 내서 뜨거운 물에 10분 정도 담가준다. 그다음에 칼집이 있는 부분부터 벗기면 겉껍질과 속껍질이 쉽게 떨어진다. 참고로 삶은 밤은 차가운 물에 20분 정도 담갔다 꺼내면 한층 더 깔끔하게 껍질이 벗겨진다.
준비하기(2인분)
밤 8개, 쌀·물 2컵씩, 느타리버섯 50g, 은행 20g, 참기름 1큰술
만들기
1 쌀은 깨끗이 씻어 30분간 물에 불린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밤은 껍질을 제거하고, 느타리버섯은 결대로 찢는다.
3 냄비에 불린 쌀과 분량의 물, ②의 깐 밤을 넣고 강불로 익히다가, 물이 끓으면 중불로 줄이고 10~12분간 더 익힌다.
4 물이 거의 졸면 약불로 줄이고, ②의 손질한 느타리버섯과 은행을 올려 15분간 뜸 들이고 참기름을 뿌려 완성한다.
준비하기(2인분)
깐 밤 10개, 다진 쇠고기 200g, 다진 돼지고기 200g, 양파 1개, 마늘 2개, 굴소스 1큰술, 매실청 1큰술, 전분·식용유 2큰술씩, 소금·후추 1작은술씩
만들기
1 밤 5개, 양파 1개, 마늘 2개를 곱게 다진다.
2 유리 볼에 ①과 다진 쇠고기, 다진 돼지고기, 굴소스, 매실청과 전분·소금·후추를 넣고 고루 섞어 반죽한다.
3 ②를 먹기 좋은 크기로 5개로 나눠 동그랗게 빚은 다음, 가운데를 누르고 그 위에 깐 밤 5개를 하나씩 통째로 올려 장식한다.
4 ③ 위에 식용유를 뿌리고 180℃로 예열한 에어프라이어에 20분간 구워 완성한다.
준비하기(2인분)
밤 100g, 다진 쇠고기 80g, 양파 ½개, 마요네즈 3큰술, 꿀 1큰술, 소금 ½작은술, 빵가루 1컵, 밀가루 ½컵, 달걀 1개, 초간장 2큰술, 식용유 300㎖
만들기
1 끓는 물에 밤을 20분간 삶은 뒤, 껍질을 제거하고 속살을 곱게 으깬다.
2 다진 쇠고기는 키친타월로 핏물을 제거하고, 양파는 가로세로 0.3㎝ 크기로 곱게 다진 후 프라이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둘러 볶는다.
3 유리 볼에 ①, ②와 마요네즈·꿀·소금을 넣고 고루 섞어 반죽을 만든다.
4 ③을 밤 모양으로 빚고 밀가루 → 달걀물 → 빵가루 순으로 튀김옷을 입힌다.
5 냄비에 식용유를 부어 180℃로 예열하고 ④를 넣어 2분간 튀겨 크로켓을 만든다.
6 크로켓을 꺼내 접시에 담고 초간장을 곁들여 완성한다.
준비하기(2인분)
밤 600g, 설탕 300g, 간장 1큰술, 레드와인 2큰술, 식소다 1작은술, 물 3ℓ
만들기
1 밤을 깨끗이 씻어 뜨거운 물에 30분간 담근 후 겉껍질만 벗기고, 속껍질은 그대로 둔다.
2 유리 볼에 식소다, 물 700㎖를 풀고, ①을 6시간 이상 담가 떫은맛을 제거한다.
3 냄비에 물 600㎖를 넣고 ②의 밤을 약불로 삶다가 30분 후 물을 버린다. 이 과정을 총 3회 반복한다.
4 밤을 찬물에 헹군 뒤 이쑤시개로 심지와 잔털을 정리하고, 부서진 밤은 따로 둔다.
5 ④의 손질한 밤을 냄비에 담고 물 500㎖, 설탕·간장·레드와인을 넣고 중불에서 10분간 삶는다.
6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 30분간 조리해 윤기를 더한 뒤, 열탕소독한 병에 담아 냉장 보관해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