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농산물] 포슬포슬 달콤, 고소한 ‘밤’ | 전원생활

김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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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고 맛도 좋은 가을이 내린 선물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10월호 기사입니다.

가을 산길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 흩어진 밤송이가 눈에 띈다. 삐죽삐죽 가시를 세운 밤송이 속에는 반짝이는 다갈색 밤톨이 숨어 있다. 밤은 매력적인 모양만큼 효능도 뛰어나다.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피부와 혈관 건강도 챙겨준다. 밤은 가을이 내려준 선물과도 같다.
풍요와 수확의 계절, 가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밤’이다. ‘밤꽃이 잘 피면 풍년이 온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가을과 밤은 관계가 깊다. 큰 키에 잎이 넓은 밤나무는 봄과 여름 사이 길게 늘어진 꽃을 내보이며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꽃이 지면 그 자리에 열매가 맺힌다. 밤송이가 녹색에서 황색, 갈색으로 변해가면서 그 안의 밤톨도 서서히 영글어간다.

가을이 깊어지면 밤송이는 자연스레 벌어지고 밤톨 2~3개가 모습을 드러낸다. 밤이 익으면 나무에서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낙하한다. 떨어진 밤들은 고슴도치가 몸을 웅크리고 있는 듯 보인다. 조심스레 밤송이 가시를 벌려 밤톨을 꺼내면 동그란 모양의 귀여운 자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밤을 삶거나 구우면 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퍼지며 가을의 정취가 한껏 느껴진다. 껍질을 벗기자 노란 속살이 드러나고, 입에 넣자 고소하고 적당히 달콤한 맛과 포슬포슬한 식감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오랜 세월 귀한 존재로 사랑받아
밤은 단단한 껍질 속에 영양을 가득 품은 견과류다. 국내 밤의 역사는 약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낙랑시대로 추정되는 무덤에서 발견된 밤이 그 오랜 세월을 증명한다. 예로부터 밤은 구황작물로 쓰이며, 식량 대용은 물론 기호식품으로도 사랑받았다. 영양이 풍부해 밥 대신 밤을 먹을 정도였다. <고려사>에는 ‘예종과 인종이 밤나무 재배를 권장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조선 왕조에 이르러서는 그 장려가 더욱 활발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밤은 조정에 바치는 귀한 공물이었다.

밤은 관혼상제에서 쓰일 만큼 단순한 먹거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폐백례가 끝나면 시부모가 며느리에게 밤이나 대추를 던져 자손 번창을 기원했다.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고 밤이 올랐다. 밤나무 목재는 신주(죽은 사람의 위패) 제작에도 쓰였다. 대부분 식물들은 싹이 나면 씨앗의 껍질이 바로 떨어지지만 밤의 껍질은 오래도록 붙어 있어 자신이 태어난 근본을 알고 조상을 잊지 않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밤나무는 아시아·유럽·아메리카 등 곳곳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함경도 일부를 제외한 전역에서 자생한다. 특히 우리나라 밤은 예로부터 일본이나 중국보다 알이 굵기로 유명하다. 진나라 진수의 <삼국지>에는 ‘마한의 금수초목은 중국과 비슷하지만 굵기가 배만 한 밤이 난다’는 기록이, 당나라 위징의 <수서>와 이연수의 <북사>에는 ‘백제에서 큰 밤이 생산된다’는 언급이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 밤의 주산지는 충남 공주와 부여, 전남 광양 등이다. 그중 공주는 오랜 재배 역사를 자랑하며, 밤의 품질과 맛이 좋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공주에선 매년 ‘겨울공주군밤축제’가 열려 따끈하게 구운 알밤을 맛보고, 밤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행사에 참여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가을이 주는 천연 영양제
밤은 참나뭇과 밤나무속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이다. 약 12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중에서 우리가 먹는 것은 주로 밤나무·산밤나무·약밤나무의 열매다. 수확 시기에 따라 조생종·중생종·만생종으로 나뉘며, 대표 품종으로 ‘단택’ ‘대보’ ‘옥광’ 등이 있다. 다양한 품종이 있는 밤은 ‘천연 영양제’로 불릴 만큼 영양이 풍부하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무기질과 같은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췄다.

특히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량만 먹어도 포만감이 든다. <동의보감>에서는 ‘밤은 기를 북돋고 위와 장을 든든하게 하며, 신기를 보하고 배고픔을 가시게 한다’고 적혀 있다. 심장질환 예방과 혈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필수지방산인 오메가-3와 오메가 -6 함량이 높아 체내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

밤송이 안에 밤톨이 들어 있다. 뾰족한 밤송이에 둘러싸인 밤톨을 꺼낼 때는 집게와 같은 도구를 활용하는 게 좋다.
피부 노화를 늦추는 데도 효과적이다. 다량의 비타민 C는 자외선으로 손상된 피부 세포를 보호하고 회복시킨다. 콜라겐 생성을 촉진해 주근깨나 기미가 생기는 것도 막아준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한 연구에 따르면 밤 속껍질(율피)에 함유된 탄닌 성분은 피부 노화 방지를 돕는다. 이 외에도 밤은 피로 해소와 면역력 강화에 탁월하다. 비타민 B1은 피로를 줄이고, 다량의 당지질 성분은 면역력을 높여준다. 밤에 들어 있는 당분은 위장 기능을 도와 배탈이 났을 때 소화를 원활하게 한다.

항간에는 ‘밤을 먹으면 살찐다’라는 편견이 있는데, 사실 생밤 100g당 열량은 162㎉로 아몬드나 땅콩보다 낮고, 강한 단맛에 비해 지방함량이 적다. 성인 하루 권장 섭취량 5~10개만 적당히 먹으면 건강에 이롭고 든든한 다이어트 간식이 된다. 밤은 알맹이뿐만 아니라 밤송이와 껍질까지 쓰임새가 다양하다. 밤송이를 달인 물은 위장병이나 설사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속껍질의 탄닌 성분은 모공을 축소하고 고운 피부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밤알 껍질을 꿀에 개어 바르면 피부가 수축하고 노인 얼굴의 주름살을 펴준다’고 한다. 이 효능을 살려 현대에는 속껍질이 비누나 팩의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만약 집에서 직접 팩을 만들고 싶다면 속껍질을 잘 말린 뒤 곱게 빻아 가루를 낸 다음, 꿀과 함께 섞어 사용하면 된다.

단단하고 껍질이 깨끗한 밤을 골라야
밤이라고 맛이나 품질이 모두 같진 않다. 품질 좋은 밤은 대체로 알이 굵고 윤기가 난다. 들었을 때 단단하고 묵직한 밤을 고르면 된다. 껍질이 깨끗하고 구멍이 없으며, 물에 담갔을 때 뜨지 않고 가라앉는 것이 신선한 밤이다. 좋은 밤을 구매했다면 먼저 흐르는 물에 씻어 이물질을 제거하고, 소금물에 1시간 정도 담가두자.

이 과정에서 물에 뜨는 밤은 이미 벌레 먹거나 상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따로 건진다. 물에 담근 밤은 다시 한번 맑은 물로 헹군 뒤 물기를 제거하고 그늘진 곳에 말려둔다. 이후에는 비닐봉지나 지퍼 백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면 신선함이 오래 유지된다. 장기간 보관하려면 삶은 후 냉동실에 넣어두자.

밤은 생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삶거나 구워 먹으면 특유의 고소함과 단맛이 살아나고 소화도 더 잘된다. 손질할 때 껍질이 딱딱해 잘 벗겨지지 않으면 옆쪽에 칼집을 살짝 내서 뜨거운 물에 10분 정도 담가준다. 그다음에 칼집이 있는 부분부터 벗기면 겉껍질과 속껍질이 쉽게 떨어진다. 참고로 삶은 밤은 차가운 물에 20분 정도 담갔다 꺼내면 한층 더 깔끔하게 껍질이 벗겨진다.

<밤 요리>
밤 솥밥

준비하기(2인분)

밤 8개, 쌀·물 2컵씩, 느타리버섯 50g, 은행 20g, 참기름 1큰술

만들기

1 쌀은 깨끗이 씻어 30분간 물에 불린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밤은 껍질을 제거하고, 느타리버섯은 결대로 찢는다.

3 냄비에 불린 쌀과 분량의 물, ②의 깐 밤을 넣고 강불로 익히다가, 물이 끓으면 중불로 줄이고 10~12분간 더 익힌다.

4 물이 거의 졸면 약불로 줄이고, ②의 손질한 느타리버섯과 은행을 올려 15분간 뜸 들이고 참기름을 뿌려 완성한다.

밤 솥밥
밤  떡갈비

준비하기(2인분)

깐 밤 10개, 다진 쇠고기 200g, 다진 돼지고기 200g, 양파 1개, 마늘 2개, 굴소스 1큰술, 매실청 1큰술, 전분·식용유 2큰술씩, 소금·후추 1작은술씩

만들기

1 밤 5개, 양파 1개, 마늘 2개를 곱게 다진다.

2 유리 볼에 ①과 다진 쇠고기, 다진 돼지고기, 굴소스, 매실청과 전분·소금·후추를 넣고 고루 섞어 반죽한다.

3 ②를 먹기 좋은 크기로 5개로 나눠 동그랗게 빚은 다음, 가운데를 누르고 그 위에 깐 밤 5개를 하나씩 통째로 올려 장식한다.

4 ③ 위에 식용유를 뿌리고 180℃로 예열한 에어프라이어에 20분간 구워 완성한다.

밤 떡갈비
밤 크로켓

준비하기(2인분)

밤 100g, 다진 쇠고기 80g, 양파 ½개, 마요네즈 3큰술, 꿀 1큰술, 소금 ½작은술, 빵가루 1컵, 밀가루 ½컵, 달걀 1개, 초간장 2큰술, 식용유 300㎖

만들기

1 끓는 물에 밤을 20분간 삶은 뒤, 껍질을 제거하고 속살을 곱게 으깬다.

2 다진 쇠고기는 키친타월로 핏물을 제거하고, 양파는 가로세로 0.3㎝ 크기로 곱게 다진 후 프라이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둘러 볶는다.

3 유리 볼에 ①, ②와 마요네즈·꿀·소금을 넣고 고루 섞어 반죽을 만든다.

4 ③을 밤 모양으로 빚고 밀가루 → 달걀물 → 빵가루 순으로 튀김옷을 입힌다.

5 냄비에 식용유를 부어 180℃로 예열하고 ④를 넣어 2분간 튀겨 크로켓을 만든다.

6 크로켓을 꺼내 접시에 담고 초간장을 곁들여 완성한다.

밤 크로켓
보늬밤(밤조림)

준비하기(2인분)

밤 600g, 설탕 300g, 간장 1큰술, 레드와인 2큰술, 식소다 1작은술, 물 3ℓ

만들기

1 밤을 깨끗이 씻어 뜨거운 물에 30분간 담근 후 겉껍질만 벗기고, 속껍질은 그대로 둔다.

2 유리 볼에 식소다, 물 700㎖를 풀고, ①을 6시간 이상 담가 떫은맛을 제거한다.

3 냄비에 물 600㎖를 넣고 ②의 밤을 약불로 삶다가 30분 후 물을 버린다. 이 과정을 총 3회 반복한다.

4 밤을 찬물에 헹군 뒤 이쑤시개로 심지와 잔털을 정리하고, 부서진 밤은 따로 둔다.

5 ④의 손질한 밤을 냄비에 담고 물 500㎖, 설탕·간장·레드와인을 넣고 중불에서 10분간 삶는다.

6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 30분간 조리해 윤기를 더한 뒤, 열탕소독한 병에 담아 냉장 보관해 완성한다.

보늬밤(밤조림)
글 김민선 기자 | 사진 임승수·고승범(사진가) | 요리&스타일링 김나민·안지현(핀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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