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폐품 판 돈 어려운 이웃 기부
치매 증상 나타난 뒤 상태 점점 악화
서귀포시, 맞춤형 복지 서비스 제공
"집안까지 쓰레기가 가득 차 있어요"
지난 4월 19일 제주 서귀포시 천지동의 한 주택에 대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보가 '서귀포 희망 소도리'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제보를 접수한 담당 공무원은 현장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주택 마당을 플라스틱 의자와 주류 박스, 종이 등 온갖 쓰레기가 점령한 겁니다.
집 내부까지 이어진 쓰레기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수북이 쌓인 상태였습니다.
해당 주택 거주자는 4년간 천지동 내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며 폐지와 고철 등을 판 돈을 기부한 80대 여성 A 씨입니다.
A 씨는 지난 2월에도 폐품을 팔아 마련한 15만 원을 천지동주민센터에 기부했습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폐품을 모아 생활하며 주변을 돕던 A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알고 보니 홀로 사는 A 씨는 치매 증상이 나타난 뒤 점점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매주 할머니의 안부를 확인하는데, 예전에 비해 치매 증상이 심해진 것 같다"며 "집에 쓰레기를 쌓아둔 지는 최소 1년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주거환경 개선에 나선 서귀포시는 집 마당과 내부에 방치된 트럭 한 대 분량의 쓰레기를 모두 처리했습니다.
또 A 씨에 대한 방문 상담을 진행해 돌봄 서비스 연계, 안부 확인 체계 점검 등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위기가구 조기 발굴과 필요한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서귀포 희망 소도리' 카카오톡 채널은 시민 누구나 위기가구를 발견했을 때 쉽고 빠르게 제보할 수 있도록 구축된 온라인 시스템입니다.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가입자는 지난해 517명에서 올해 1,349명으로 160% 증가했고, 제보 건수는 1년 새 2배 넘게 늘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