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만 채우는 지원이 아니야”… 제주농협, 다문화가족 ‘지역 인재’로 키운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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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2. 오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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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번기 인력난 해법, 사람과 공동체에서 찾다
어울림마당·정착교육→농가 매칭까지, ‘함께 사는 농촌’으로
다문화가족과 지역 농가 관계자들이 ‘다문화가족 농촌정착지원과정’ 어울림마당에서 인형 가족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제주농협 제공)

제주 농촌이 다시 사람으로 숨을 쉽니다.
낯선 땅에 뿌리내린 다문화가족이 하루 품을 메우는 ‘인력’이 아니라, 마을의 이웃이자 함께 살아가는 ‘지역의 힘’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농가마다 일손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제주농협이 ‘빨리 구해 쓰는 손’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람’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정부가 올해 농번기 인력 수요의 절반을 공공부문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제주는 정착과 상생을 전제로 한 새로운 농촌 모델을 만드는 데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농협 제주본부가 제주시 아젠토피오레컨벤션에서 ‘다문화가족 농촌정착지원과정’ 어울림마당을 연 가운데, 참여자들이 공동체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제주농협 제공)

■ “어울림마당”으로 시작, 농가 현장으로 잇다

농협 제주본부는 22일 제주시 아젠토피오레컨벤션에서 ‘다문화가족 농촌정착지원과정’ 어울림마당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제주 각지의 결혼이민자 가족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모여 인형 가족 만들기, 공동체 놀이 ‘느영나영 고치글라’, 웃음 특강, 한마음 운동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겼습니다.

상호 교감의 자리는 하루로 끝나지 않습니다.
교육과 교류, 현장 연수, 농가 매칭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다문화가족이 실제로 농촌 속에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고우일 제주농협 본부장은 “다문화가족은 농촌의 귀한 일손이자 지역사회 활력을 이끄는 우리 이웃”이라며 “이들이 공동체 안에서 당당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유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결혼이민자는 “농협 권유로 참석했는데 모국 친구들을 많이 만나 즐거웠다”며 “이런 자리가 큰 용기가 된다”고 전했습니다.
어울림마당에 참여한 다문화가족들이 함께 소통하며 정착 지원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농협 제공)

■ ‘정주’가 과제… 일시적 인력 아닌, 지역 생활권으로

제주는 전국에서 다문화 혼인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 비율은 10%대 초반으로, 결혼이주여성 비율 역시 전국 평균보다 높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다문화가족을 단순히 인력 지원 대상이 아닌, 지역 사회의 생활권 속 구성원으로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제주자치도는 농협과 연계해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6개 농협에서 최대 12개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베트남 닌빈성과의 협력처럼 송출국 다변화와 주거·근로환경 개선도 병행 중입니다.

■ “빨리–싸게” 인력중개에서 ‘지역형 인재’로

중앙정부도 계절근로 지역을 늘리고, 농협이 일(日) 단위로 인력을 공급하는 공공형 모델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숙사 확충, 안전보험, 인권보호 같은 근로환경 개선책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제주농협의 정착지원과정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자리 알선→정착교육→공동체 연결’로 이어지는 구조를 제시했습니다.
일과 관계가 함께 끊기던 과거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강사와 참가자들이 함께 정착 프로그램의 공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농협 제공)

■ ‘관계 비용’을 줄이면, 농가도 살아난다

농번기마다 인력중개에 의존하던 방식은 숙련도와 신뢰가 쌓이기 어렵습니다.

반면 정착형 인재는 언어와 생활 적응, 직무 숙련이 누적돼 농가와 지역의 생산성을 안정적으로 높입니다.
혼인·교육·돌봄 등 일상이 이미 다문화로 익숙해진 제주에서는 문화중개자와 현장 멘토가 촘촘할수록 이탈률이 줄고, 관계 유지 비용도 낮아집니다.

결국 농촌의 지속가능성은 ‘얼마나 오래 함께할 수 있느냐’가 결정합니다.

■ “농촌은, 다시 사람으로 이어지는 시간”

제주는 지금 ‘인력을 찾는 농촌’에서 ‘사람을 남기는 농촌’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관계로 일하고, 신뢰로 살아가는 농촌의 미래.

그 첫걸음을 제주가 먼저 디뎠습니다.

고우일 본부장은 “다문화가족이 안정적으로 정착해 마을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일은 농촌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라며, “농업이 생계를 넘어 관계를 이어주는 공간이 되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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