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 불(火) 아예 사라진다...완전 디지털 축제로..

강석창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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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화·달집태우기 등 소규모 점화행사도 전면 폐지
탄소중립·산림보호 고려…조명·미디어아트로 대체
오름불놓기 행사가 이어져 왔던 제주들불축제

매년 2만명이 넘게 찾던 제주 대표 축제 제주들불축제가 내년부터 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축제로 바뀝니다.

제주시가 내년 제주들불축제 행사 대행 용역 입찰을 공고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진짜 불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완전히 없앴기로 한 겁니다.

채화식·달집태우기 등 소규모 점화행사도 전면 폐지
예년처럼 내년 3월 사흘간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들불축제를 열지만, 오름을 태우는 오름 불놓기를 대체할 메인 콘텐츠 연출을 주문했습니다.

불을 이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오름 전체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과 실제 불이 타오르는 듯한 효과를 담아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3월 들불축제에선 삼성혈에서 채화하는 제례 행사가 진행됐고, 날씨 탓에 취소됐지만 희망 달집을 태우는 행사도 계획됐습니다.

미디어 아트 형태로 바뀐 올해 들불축제

하지만 내년엔 이런 소규모 점화 행사마저 사라집니다.

제주시는 산림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지만 탄소 중립과 디지털 전환 등 환경과 정책 변화를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조명이나 미디어아트, 깃발 또는 색깔 등 진짜 불을 사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불놓기를 재현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1997년 시작된 제주 대표 축제, 생태 논란으로 변화
제주들불축제는 과거 중산간 목초지에서 해충을 없애고, 새로운 풀이 자라도록 마을마다 불을 놓던 '방애' 풍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1997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매년 2만명이 넘는 관광객과 도민이 찾으면서 제주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생태 훼손과 온실가스 배출 논란, 산불 위험 주장이 이어져왔고, 지난 2023년 10월 제주시가 숙의형 원탁회의를 거쳐 오름 불놓기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축제를 건너뛰고, 올해 들불축제를 새로운 형태의 축제로 기획했지만 태풍급 강풍으로 첫날 개막식만 치르고 2일차와 3일차 행사가 모두 취소됐습니다.

18억3500만원을 투입한 축제가 하루 만에 끝나면서 축제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더 확대됐습니다.

강풍 때문에 일정 대부분 취소된 올해 제주들불축제 현장

도의회 "들불축제 백서 발간" 정체성 재검토 움직임
하지만 불을 완전히 없앤 들불축제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들불축제가 열리는 애월읍이 지역구인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고태민 위원장은 최근 제주시 행정사무감사에서 2000만원을 들여 들불축제 백서 발간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고 위원장은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를 계승해 온 사례를 정리한 백서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주시도 백서를 검토해 들불축제 활성화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반면 제주시는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가치를 바탕으로 축제 정체성과 콘텐츠 완성도를 높이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참여형 축제를 만들겠다는 입장입니다.

과거 오름 전체를 태우던 장면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 대신 새별오름의 생태적 매력에 집중한 지속 가능한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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