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는 넘었지만 편의는 뒤처졌다”
한국이 ‘K-콘텐츠’로 세계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관광객은 첫날부터 멈춥니다.
버스카드를 충전하려다 막히고, 배달앱에 들어가도 결제창이 닫혀 있습니다.
지금의 한국 관광은 포스터 속에서는 세계적이지만, 현장에서는 낡은 구조가 여전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지갑을 열기 전에 이미 불편을 겪고 떠납니다.
소비의 흐름이 막히면 관광은 산업이 아니라 이벤트로 끝납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한류는 전 세계를 움직이는데, 한국은 관광객 지갑부터 막는다”며 부실한 시스템 체계를 질타했습니다.
■ 홍보는 세계 수준, 결제는 2000년대
정부는 ‘관광소비 100조 원, 방한 3천만 명’을 내세우며 관광산업을 국정 과제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 의원은 “관심은 한류가 끌어왔고, 불편은 한국이 만들고 있다”며 “목표만 외칠 게 아니라 기본부터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1일 정연욱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불편하다고 답한 항목은 교통(19.7%), 음식(13.5%), 언어(13.3%), 방문지 정보(11.7%) 순이었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결제 문제와 연결돼 있었습니다.
티머니 교통카드는 해외 신용카드로 충전할 수 없고, 아이폰 이용자는 모바일 티머니를 아예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시외버스 예약 시스템도 해외 카드 결제 오류가 잦아 ‘디지털 관광’이란 표현이 무색합니다.
정 의원은 “런던은 2012년, 뉴욕은 2019년부터 해외 카드 한 장으로 교통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아직 20년 전 방식”이라며 “이건 불편이 아니라 구조적 결함”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세계는 90% 비접촉 결제, 한국은 고작 10%
전 세계 오프라인 결제의 74%는 비접촉식(EMV) 방식입니다.
영국·싱가포르·호주는 90%를 넘겼지만, 한국은 아직 10%대입니다.
애플페이와 구글페이는 매장에서 인식되지 않거나 오류가 반복됩니다.
정 의원은 “관광소비 100조 원을 말하면서 기본 결제도 안 되는 나라가 한국”이라며 “외국인은 한류로 오지만, 지갑은 못 연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한국의 결제 구조는 내국인 중심으로 고착돼 있습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제로페이 등 국내 간편결제 시스템이 빠르게 퍼졌지만, 외국인은 이 생태계 바깥에 서 있습니다.
그 결과 ‘K-콘텐츠’가 불러온 세계인을 ‘K-서비스’가 돌려보내는 아이러니가 벌어졌습니다.
■ 관광공사의 일은 홍보가 아니라 ‘시스템’
정연욱 의원은 “K-콘텐츠는 국경을 넘었지만, K-서비스는 국경 안에 갇혀 있다”며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외국인이 공항에서 교통카드를 바로 충전하고, 편의점에서 글로벌 카드로 결제하며, 배달앱에서 현지 인증 없이 주문할 수 있어야 관광이 산업이 된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아무 것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정 의원은 “배달앱은 켤 수는 있는데 주문은 못 하고, 교통카드는 사도 충전을 못 한다. 이게 무슨 관광 100조 시대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한강에서 치킨 한 마리도 시켜 먹지 못하는 나라가 현실”이라며 “관광공사가 해야 할 일은 홍보 포스터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건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 자체가 막히는 구조라며, 오고 싶고 머물고 다시 오고 싶은 나라가 되려면 결제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