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무대가 국경을 넘어간다
‘한국사 강사’로 알려진 전한길(본명 전유관) 씨가 후지산 아래에 섰습니다.
손팻말엔 ‘1905 을사늑약’, 그리고 ‘2025 친중 이재명’이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1905년과 2025년, 멀게 느껴지는 두 숫자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다시 식민지로 향하고 있다”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살려달라”는 외침이 일본 교민을 향했습니다.
■ ‘을사늑약–한일병합–친중 이재명’… 그가 만든 시간표
17일, 전 씨의 유튜브 채널에는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1인 시위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을사늑약으로 시작된 35년의 식민지 시대를 기억하라”며 “이재명 정부가 중국에 나라를 넘기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손에는 ‘1905’, ‘1910’, 그리고 ‘2025’가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역사를 병렬로 세워놓고 현재를 끼워 넣었습니다.
전 씨는 라이브 방송에서 “한미동맹이 깨질 것”, “중국의 하수인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외교 방향을 ‘매국’으로 규정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이 정권을 어떻게 할지 판단해 달라”고도 했습니다.
근거보다 확신이 앞섰고, 역사보다 감정이 가까웠습니다.
강단에 서던 ‘역사 해설자’가 정치의 언어를 손에 쥔 순간이었습니다.
■ 망명에서 ‘국외 캠페인’으로
전한길 씨는 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로 떠났습니다.
“나에게 망명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신변 안전을 이유로 구체적인 체류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달 뒤, 일본 신주쿠 한복판에 섰습니다.
피켓엔 ‘이재명=히틀러’, 그리고 “대한민국을 살려주십시오”가 적혀 있었습니다.
전 씨는 “교민들이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며 “해외에서라도 한국의 현실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망명이라기보다, 정치적 순례에 가까웠습니다.
재차 전 씨는 무대를 옮겼습니다. 17일에는 호주행을 밝혔습니다.
이같은 여정은 여행처럼 보였지만,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였습니다.
대한민국 정치를 정면으로 향했습니다.
■ ‘국내 정권 비판’이 아니라 ‘정치의 국외화’
이 사건은 한 유튜버의 행동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정치 메시지가 해외 공간으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그 방식 자체가 새로운 변화를 말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막힌 발언 구조를 교민 사회로 돌려 세우는 전략, 그리고 국가 경계를 넘어서는 ‘정치의 해외화’가 현실이 됐습니다.
그 메시지는 미국에서 시작돼 일본을 거쳐 호주로 이어졌습니다.
주장은 사실 여부보다 ‘전파력’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을사늑약’이라는 단어는 검색어로 떠오르고, ‘친중’이라는 문장은 즉각적인 분노를 유발합니다.
전 씨가 던진 문장은 팩트보다 속도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살려달라’는 구호는 절박하면서도 공격적입니다.
그 말이 향한 곳은 정부가 아니라, 화면 너머 시청자들이었습니다.
후지산 앞의 피켓은 거리의 메시지가 아니라, 여론을 흔드는 표적이었습니다.
앞서 전 씨는 지난 8월 25일 출국 이후 미국에 머물러 왔고 “망명 제안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15일 일본으로 입국해 이틀 뒤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행선지는 바뀌었지만, 외치는 구호는 한결 같았고, 미국에서 시작된 메시지는 일본을 거쳐 호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