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부 재개 조건 없애 ‘연금 사각지대’ 해소 나서
국민연금의 문턱이 낮아집니다.
소득이 끊겨 제도 밖으로 밀려났던 사람들도 2026년부터는 다시 연금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됩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월소득 80만 원 미만의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의 절반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실직이나 폐업으로 납부를 멈췄던 이들도, 더는 ‘다시 납부를 시작해야만 지원받을 수 있었던 조건’에 막히지 않습니다.
20일 보건복지부는 국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안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여야 합의로 통과된 연금개혁 후속 조치로, “소득이 일시적으로 끊긴 사람도 연금 제도 안에 남게 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 납부 재개 안 해도, 국가가 절반 부담
지금까지는 연금 납부를 멈췄던 사람이 다시 보험료를 내야만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정부가 납부 재개를 조건으로 1년간 보험료의 50%를 지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년부터 그 조건이 사라집니다.
월소득 80만 원 미만, 일정 재산 기준 등을 충족하는 저소득 지역가입자라면 누구나 보험료 절반을 지원받게 됩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22년 이후 3년간 30만 명 넘는 가입자가 총 1,121억 원의 보험료를 지원받았습니다. 첫해 3만 8,000명에 불과했던 수혜자는 지난해 20만 4,000명으로 다섯 배 이상 늘었습니다.
지원이 끝난 뒤에도 10명 중 9명(90.8%)은 꾸준히 보험료를 내며 가입을 유지했습니다.
복지부는 “지원이 단발성 혜택에 그치지 않고 연금 재가입을 유도한 사례”라며 “이번 확대는 제도의 성숙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 직업이 아니라 소득 기준
이번 개편은 ‘누가 일하느냐’보다 ‘얼마를 버느냐’로 기준이 바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농산물 개방 이후 타격을 입은 농어업인 등 특정 직업군에 한정해 연금 보험료를 지원해왔습니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207만 명의 농어업인이 약 2조 9,000억 원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직업이 아니라 소득이 기준이 되는 셈입니다.
■ “복지 확대냐, 재정 압박이냐”
복지 손길이 넓어지는 만큼, 걱정도 따라붙습니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기준의 벽이 있습니다. 월소득 80만 원이 생활비로 빠져나가면 사실상 손에 남는 돈이 없습니다. 정부가 절반을 내준다 해도, 나머지 절반을 꾸준히 납부할 여력이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재정 부담도 피할 수 없는 문제로 제기됩니다. 지원 대상이 확대되면 결국 국민연금기금이나 정부가 예산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지금 구조라면 ‘복지 확대’가 ‘기금 고갈’을 앞당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지율 착시 우려도 있습니다. 지원이 끝난 뒤에도 10명 중 9명이 납부를 이어갔다는 통계는 분명 고무적이지만, 그 수치가 1년 뒤에도 같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제도가 ‘한시적 온기’로만 작동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소득이 끊겨도 노후는 끊기지 않게 하겠다는 방향은 맞다. 다만 재정 기반이 단단해야 한다”라며, “2026년의 변화가 ‘단기 복지’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원 뒤에도 납부를 이어갈 수 있는 체계적인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