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도로로 개설 후 관광객 붐벼
확장 공사 놓고 진통 중
국내 CF에 처음으로 메인 모델로 등장했던 외국인은 홍콩배우 주윤발(저우룬파)이었습니다.
주윤발은 1980년 후반 홍콩 누와로 전성기에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에 출연하면서,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그런 인기 때문에 주윤발의 한국 CF 진출이 가능했습니다.
주윤발의 국내 첫 CF는 우유탄산음료인 밀키스.
그의 첫 한국 CF 촬영 장소로 선택된 곳은 제주도였습니다.
1989년 4월 제주에서 나흘에 걸쳐 CF 촬영이 비밀리에 진행됐습니다.
당시엔 엄청난 규모의 촬영이었습니다.
대형 트레일러는 물론 헬리콥터까지 동원됐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주윤발 뒤로 헬리콥터가 추격하고, 트레일러 안으로 오토바이가 사라진 후, 주윤발의 짧은 멘트가 나옵니다.
"싸랑해요, 밀키스"
CF는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주윤발의 멘트는 온갖 패러디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주윤발의 한국 첫 CF가 촬영된 길이 제주의 비자림로입니다.
CF 인기 덕에 당시 촬영장소인 비자림로를 찾았던 관광객이 적지 않았습니다.
2차선 도로 양쪽으로 울창한 삼나무 숲이 군데군데 있고, 목장 지대의 탁 트인 초원 느낌과 제주만의 오름 군락까지, 순간순간마다 주변 장관이 바뀌는 매력이 관광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건설교통부로부터 국내 첫 번째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되기까지 했습니다.
5.16도로 견월악 인근에서 동쪽으로 뻗어 있는 비자림로는 구좌읍 송당리까지 27.3킬로미터로 연결돼 있습니다.
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길이지만, 비자림로는 처음 축산도로로 만들어졌습니다.
1967년 5.16도로와 연결하기 위해 삼나무 원시림을 베어내고 축산용 도로가 개설됐습니다.
축산 도로 주변으로 목장들이 들어서면서 1976년부터 3년에 걸쳐 아스팔트로 포장됐습니다.
그러다 산굼부리 분화구가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이 도로의 명칭이 동부축산관광도로로 정해졌습니다.
비자림로라는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건 1985년부텁니다.
최근엔 사려니 숲길과 연결되면서, 늘 관광객 차량으로 붐비고 있습니다.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비자림로는 몇년째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주윤발 CF가 촬영된 곳과 떨어져 있긴 하지만, 비자림로 일부 구간을 확장하는 공사 때문입니다.
구좌읍 대천동교차로에서 금백조로까지 3킬로미터 구간을 현재 2차선에서 16.5미터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과정에 울창한 삼나무 숲 일부를 제거하는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제주자치도는 주민 숙원사업이라는 이유로 확장 공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환경단체에선 비자림로의 정체성이 훼손된다며 공사를 막아서고 있습니다.
비자림로가 지금 그대로의 비자림로 풍광을 원하는 관광객들의 바람대로 유지될지, 불어난 관광객 차량 때문에 교통 체증을 겪는다며 확장을 원하는 성산 주민들의 바람대로 바뀔지, 여전히 제주의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