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보도) 지역을 응원한다!..'고향납세'의 진화

김아연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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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3.02.08. 오후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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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고향사랑기부제의 원조 격인 일본 사례를 통해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는 특집 보도 시간입니다.

일본에선 고향납세제가 단순히 지역으로 재정의 흐름만을 만들어낸 건 아닙니다.

재해를 겪은 지역에 보내는 응원 성격의 고향납세부터, 지역의 과제에 공감하는 '크라우드 펀딩'까지..

고향납세제의 최근 흐름을 김아연 기자가 전합니다.

◀ 리포트 ▶
지난 해 9월 일본 규슈 지방을 덮친 태풍 '난마돌'.

미야자키현엔 하루 만에 720밀리미터, 나흘간 1000밀리미터에 육박하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명과 시설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미야자키현 대피소 피난민(지난해 9월)]
"눈앞에서 강이 넘쳤기 때문에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곳으로 가족과 함께 피난을 왔습니다."

이후 일본의 고향세 플랫폼들은 관련 기부 특집전을 진행했고, 피해 지역에 기부금이 쇄도했습니다.

이른바 '응원 기부',

[김아연 기자]
"이 곳은 지난해 9월, 강력했던 태풍의 위력에 무너진 도로입니다. 이런 재해 현장을 복구하는 데에도 고향세 기부금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또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피해 지역에 고향세 기부금이 몰렸습니다.

[기우치 노부키 / 재해 기부 경험자]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일이 바빠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답례품 목적이 아닌, 제 마음을 그 지역에 보낸다는 마음으로 기부했습니다."

답례품에 대한 기부자들의 관심이 이제 지역에 대한 응원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주목되는 건 '고향세 크라우드 펀딩'입니다.

지역의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에 공감하는 납세자들에게 기금을 모으는 건데요.

'바다가 보이는 동물원'으로 유명한 일본 이바라키현 히타치시의 한 동물원도, 최근 고향납세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놀랍게 변화했습니다.

60년 넘은 낡은 동물원을 친환경으로 바꿔보자는 프로젝트에, 전국에서 10억 원이 넘는 기부금이 모였습니다.

콘크리트 바닥은 흙으로 바뀌었고, 맹수들이 머무는 공간이 다섯 배 이상 넓어졌습니다.

[나마에 노부타카 / 카미네 동물원장]
"많은 기부자들이 동물들의 생활의 질을 높여달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이것을 반영해서 동물원을 개조했습니다."

한때 유기견 살처분율 1위였던 히로시마현의 진세키고겐초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살처분 없는 마을이 됐고, 관련 고용도 100명을 넘어섰습니다.

소멸 위기에 놓여있던 도쿠시마현 가미야마 마을은 고향세로 크리에이터 전문학교를 설립하는 등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자칫 지역 간 실적 경쟁에만 매몰될 뻔 했던 일본의 고향납세제가 콘텐츠나 정책 승부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겁니다.

[조경희 /국회도서관 법률자료조사관]
"지역에 어떤 문제가 있고, 이걸 어떻게 해결하겠다고 온라인상에서 공표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도 변화를 일으킵니다. 책임감도 느끼고, 그 수입에 대한 자율성도 더 강해진다는 것이죠."

올해 첫 발을 뗀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은 아직 답례품 쇼핑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

기부금이 지역을 위해 어떻게 쓰일지 알려서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고향사랑기부의 궁극적인 미래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MBC 뉴스 김아연입니다.

영상취재 : 김유섭
그래픽 : 문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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