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차는 근본적으로 중국차와 같으니(東國所産元相同·동국소산원상동)/ 색깔 향 느낌 맛이 한 가지라 논한다네.(色香氣味論一功·색향기미론일공)/ 육안지방 차는 맛이 좋고 몽정산 차는 약이 된다지만(陸安之味蒙山藥·육안지미몽산약)/ 옛사람은 둘 다 겸했다고 높이 평가했다네.(古人高判兼兩宗·고인고판겸양종)
위 시는 초의선사 의순(意恂·1786~1866)의 ‘동다송(東茶頌)’ 제19송(頌)이다. 그의 저서인 ‘동다송’에 수록돼 있다.
그의 법명은 의순이지만 법호인 초의(草衣)가 더 잘 알려졌기에 보통 초의선사로 불린다. ‘동다송’ 첫 구절은 ‘후황가수배귤덕(后皇嘉樹配橘德)’으로 시작된다.
‘가수(嘉樹)’는 천성이 아름다운 나무라는 뜻이다. 즉 거짓이 없고 참되며 질서와 조화가 있다는 말이다. 위 송(頌)에서 그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차가 근본은 중국차와 같으나 중국의 유명한 육안차의 맛과 몽정차의 약효 둘 다 겸했다고 밝힌다.
15세에 승려가 된 초의는 1809년 대흥사에서 다산 정약용과 만나 그에게서 한시 작법 등을 배웠고, 1815년 상경해 추사 김정희와 동갑내기 친구가 됐다. 추사가 제주도에 유배된 시절에 그곳까지 찾아갔다. 1824년 해남 두륜산에 일지암(一枝庵)을 지었다. 1828년에는 지리산 칠불사에서 ‘다신전(茶神傳)’을 등초하고, 1837년(52세) ‘동다송’을 지었다.
‘동다송’은 초의가 정조의 부마인 해거도인(海居道人) 홍현주(洪顯周)의 청으로 지은 칠언절구의 시 68행으로, 31송 또는 17송으로 분류된다. 492자의 칠언시로 쓴 다서(茶書)다. 조선에서 생산되는 차의 미덕을 찬양하며 쓴 책이다. 차는 몸기운을 쇄신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정신의 세계를 청량하게 한다. 차가 본디 지닌 성품이 맑고, 고요하고, 검소하고, 덕스럽고, 조화로운 정신세계와 조화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18, 19일 전남 해남 대흥사에서 열린 ‘제34회 초의문화제(草衣文化祭)’에 이틀째인 19일에 참석했다. 1992년 제1회 초의문화제가 열렸다. 우리나라 다성(茶聖)으로 일컬어지는 초의선사를 기리는 차 축제란 점에서 다른 지역 차 축제와는 차별성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