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성·내부 통제 주력해야21일로 80주년을 맞은 ‘경찰의 날’은 그 어느 해보다 의미가 각별하다.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정부조직법은 공포 1년 후인 내년 10월 시행된다. 검찰은 수사권을 잃고 공소유지만 맡는 ‘공소청’으로 재편된다.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국가수사본부를 포함한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맡게 됐다. 이처럼 경찰의 권한이 기존보다 확대된다. 하지만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게 되는 경찰이 과연 그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하고,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많다.
또한 검찰의 수사권 오·남용과 정치 개입 등으로 피해를 본 국민이 많았다. 권한이 확대되는 경찰은 이런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 기관 난립이 초래할 혼란을 줄이는 게 정부와 정치권의 최우선 과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경우 어느 기관이 수사를 맡고 책임을 질 지 분명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수사 지연이나 떠넘기기에 따른 수사 공백 등 부작용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이후 부산의 관리 미제사건(33만549건)은 6년 만에 28.2%(7만2878건) 증가했다. 전국 미제사건은 366만 건에서 463만 건으로 26.6% 늘었다. 근본 원인은 피의자 특정 실패와 수사인력 부족이다.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으나 전문 수사관 확충이나 절차 명확화가 미흡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통계를 보면 국민이 경찰 수사력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경찰 수사권 확대에 따라 수사역량과 전문성을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 수사의 책임성과 공정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권한 남용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경찰이 또 다른 권력독점기관이 된다면 국민 불안과 불편이 가중될 뿐이다. 경찰은 헌법과 국민을 수호하는 민주경찰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갖추고 엄격히 내부 통제를 해야 하겠다. 특히 경찰 비리와 권력 남용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민감찰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정비해야 할 때다. 수사권이 강화되면서 수사 역량이 나아지고 치안불안이 해소됐다는 평가를 받도록 경찰이 각오를 새롭게 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