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형사10단독 허성민 판사는 25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청 종합건설사와 하청 조경사 등 업체 2곳과 원청 대표자 A 씨 등 관계자 3명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들은 2023년 1월 15일 오전 8시32분 중구 남포동의 생활형숙박시설 공사장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건설 노동자 B(당시 29) 씨가 숨지고 행인과 인근 건물 미화원이 다친 사고와 관련한 책임으로 지난 4월 기소됐다.
이날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당일 사고 현장에서는 조경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당일 오전 6시40분께 원청 소속 현장소장 C 씨는 현장 옆 인도에서 하청 조경업체 소속 현장소장 D 씨에게 타워크레인으로 벽돌묶음을 건물 21층 옥상으로 인양하도록 지시했다. C 씨는 이에 따라 B 씨와 함께 벽돌묶음을 목재 팔레트에 쌓은 뒤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신호를 보내 작업을 벌였다.
이 벽돌묶음은 무게가 약 1.45t으로 무거웠다. 이를 목재 팔레트에 쌓아 인양하면 팔레트가 파손되거나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벽돌묶음이 떨어질 위험이 있었다. 게다가 작업 장소가 인도라 노동자는 물론 인근 행인에게도 위험한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팔레트 상태 점검이나 안전모 착용, 노동자·행인 출입 통제 등의 조처 없이 작업을 지시했다.
결국 벽돌묶음은 팔레트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인양됐다. 그러던 중 높이 15m 지점에서 팔레트가 파손됐고, 하중을 견디지 못한 비닐 포장이 찢어지면서 벽돌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결국 A 씨는 생일을 일주일가량 앞둔 당일 유명을 달리했다.
검찰은 원청 대표인 A 씨를 두고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이행 조치를 하지 않아 위험성 평가가 실시되지 않은 채로 당시 작업이 진행되도록 만든 책임이 있다고 봤다. A 씨는 오 구청장의 아들이다. 오 구청장은 취임 전까지 해당 업체의 대표를 지냈다. 유족은 오 구청장이 취임 전까지 대표로 지낼 당시 공사가 꽤 진행된 상태로, 당시에도 여러 차례 안전사고가 발생했지만 이를 방치하고 넘어갔다며 그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A 씨 측 변호인 등은 유족과 합의할 의사가 있었으나 연락이 안 됐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그러다 재판을 방청 중이던 B 씨 아버지가 “사건 뒤 2년 8개월을 기다렸으나 제대로 된 연락이 없었다. 공사대금 수금이 어려우니 기다려 달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고 발언하며 분개한 심정을 표출했다.
재판 뒤 B 씨 아버지는 “A 씨 측은 유족이 너무 센 합의금을 부른다는 식으로 주변에 말하고 다니기까지 했다. 그러나 유족은 합의금을 제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들의 죽음으로 팔자를 고칠 생각이 없다”며 “오 구청장이 명의상 대표가 아니라서 수사 대상에서 빠진 점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아직도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