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의 가혹한 대가…낙동강 생태계 무너진다

정지윤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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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간 하구 기온상승 확인…고수온으로 해양생물 위기
철새 떠나고 괴물폭우 덮쳐

낙동강 하구가 펄펄 끓는다. 이미 오래전 하구 곳곳에서 시작된 위기 징후가 이젠 생태계 전반을 덮쳤다.
지난달 31일 부산 낙동강 하구에 해가 지고 있다. 2009년 7135마리가 이곳을 찾았던 쇠제비갈매기는 기온·수온 급상승으로 올여름 11마리만 왔다. 전문가들은 “과거로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지만, 하구는 여전히 서식지로서 가치가 있다”며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원준 기자

부산연구원은 낙동강 하구(북·강서·사상·사하구)의 최근 28년(1997~2024년) 치 연평균 기온을 비교한 결과 후기 10년(2015~2024년)이 15.2도로 전기 10년(1997~2006년) 14.5도보다 0.7도 올랐다고 1일 밝혔다.

연중 가장 춥고 더운 1, 8월을 기준으로 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하구의 후기 10년간 1월 평균기온은 2.9도로, 전기 10년간 2.0도에 견줘 무려 0.9도 상승했다. 8월 평균기온 역시 후기 10년(27.2도)이 전기 10년(26.3도)보다 0.9도 올랐다. 이른바 ‘0.9℃의 경고’다.

기온이 오르면서 낙동강 하구 주변 해수 온도도 가파른 오름세다. 하구 인근 외해는 후기 10년간 평균 수온이 17.9도로, 전기 10년간 17.2도보다 0.7도 뜨거워졌다. 온도 변화에 민감한 해양 생물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하구 기수역 생태계는 날이 갈수록 생물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했다. 하구를 가득 메웠던 쇠제비갈매기가 모두 떠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낙동강 하구 기온이 오르니 여름에 ‘괴물 폭우’가 덮칠 가능성이 커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0년 주기로 기온이 1도만 올라도 폭염·폭우의 강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고 분석한다. 낙동강 하구도 마찬가지다. 기상청의 ‘수문기상 가뭄정보 시스템’ 자료를 보면, 2023년 낙동강 하구 일원 누적 강수량은 2078.9㎜로, 전체 조사 기간(1973~2024년) 연평균인 1436.7㎜를 훨씬 웃돈다. 심지어 2022년을 제외하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평균보다 300㎜ 이상 비가 더 쏟아졌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공포감’마저 전한다. 2023년엔 낙동강 하구 겨울 철새의 도래 시기가 이례적으로 한 달 이상 늦어졌고, 올여름은 철새 번식지가 아예 텅 비었다. 하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버드나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해충에 시름시름 앓는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생태계 변화는 기후 위기라는 하나의 이유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낙동강 하구 위기의 끝엔 부산시민이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부터 미세한 징후를 하나라도 놓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는 주장이다. 부산연구원 여운상 책임연구위원은 “촘촘히 엮인 생태계 그물망에 구멍이 뚫렸다. 당장은 인간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영향은 필연적으로 미칠 것”이라며 “낙동강 하구가 점점 예측하기 어려운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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