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은 노벨상 6개 부문 중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여겨진다. 1901년부터 세계 평화와 인권 증진 등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들이 상을 받았다. 하지만 정치적 시류에 따라 선정 기준이 정해지는 경향이 있어 종종 비난받았다.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1939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스웨덴 한 국회의원은 국제사회 유대감을 강화하고 군비 축소를 끌어내고자 히틀러를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가 철회했다. 비폭력 저항운동의 대명사인 인도 마하트마 간디는 1948년 유력 후보에 올랐으나 암살당해 상을 받지 못했다. 살아있는 인물·기관에게만 준다는 노벨평화상 원칙 때문이다.
2009년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상을 받아 구설수에 올랐다. 노벨위원회는 그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비전을 제시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취임 8개월밖에 안돼 업적을 쌓을 시간이 없었는데 정치적 고려가 반영됐다는 냉소적 반응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바마의 노벨상 수상을 저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20년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간의 외교 정상화를 이끈 점을 꼽아 자신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집착’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관세협상 국면에서 여러 나라 정상이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며 비위를 맞추고 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노르웨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재무장관에게 전화해 노벨평화상 수상 후보에 관해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선정한다.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성공적으로 중재한다면 수상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평화조성자)’로 치켜세우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문제를 풀 유일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저는 ‘페이스메이커(속도조절자)’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안대소하며 한미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과거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가능하다면 올해 안에 그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북한의 핵무기 확산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야망이 한반도 평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은정 논설위원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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