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산망을 마비시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당시 작업자들이 배터리 이전 과정에서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불법 하도급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업체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2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관계자 29명이 조사를 받았다. 이중 국정자원 근무자 1명과 감리업체 관계자 1명, 공사업체 관계자 3명 등 총 5명이 업무상실화 혐의로 입건됐다.
입건된 국정자원 직원은 화재 당시 전기공사 담당자로, 실질적인 현장 작업은 하도급업체 관계자들이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작업자들이 메인 차단기는 내렸지만 배터리 랙(rack) 전원은 차단하지 않았다는 진술이 확보됐다.
절연복·절연공구 미사용, 분리 전선 절연 미실시, 사전 방전 절차(30% 이하) 미인식에 대한 진술도 여러 관계자에게서 일관되게 확인됐다.
화재 당시 배터리 충전률은 80%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방전 없이 충전된 상태에서 전원 분리 작업이 이뤄졌다는 진술에 주목, 향후 정밀 감정 결과를 통해 발화 요인과의 연관성을 검증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 이전 사업을 수주한 2개 업체가 실제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시공은 제3의 하도급 업체가 주도했고, 일부는 재하도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전기공사업법상 하도급 제한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입건자 중 당시 화재로 부상을 입은 작업자는 당초 사업을 수주한 업체 소속으로 알려졌으나, 조사 결과 하도급업체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작업자들은 모두 전기공사 자격이 있는 전문가들이지만, 대규모 배터리 이설 작업 경험은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회수한 배터리에 대한 검사와 재현실험을 포함한 국과수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결과는 이르면 내달 중 나올 전망이다.
결과에 따라 추가 입건 여부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조대현 수사팀장은 "배터리 이전 공사는 (국정자원) 세 차례 UPS 공사 중에서도 처음으로 진행된 작업이었다"며 "배터리 설치 매뉴얼은 있었지만, 이전이나 해체 관련 지침은 없었고, 안전메뉴얼이나 작업 수칙도 별도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 경험에 의존해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