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의 한자를 살펴보면 재미있다. 동맹의 盟이라는 한자는 해를 뜻하는 日(일)과 달을 뜻하는 月(월), 그릇을 뜻하는 皿(명)자의 조합으로 돼 있다. 짐승의 피를 그릇에 담아 해와 달을 보며 맹세를 한데서 유래한 글자이다. 소나 양 돼지 등의 가축을 제물(희생)로 바치며 신이나 천지신명의 이름으로 서약했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433년 신라와 백제가 고구려에 맞서기 위해 나제동맹을 맺었고, 648년에는 신라와 당나라가 고구려 백제를 공격하기 위해 나당동맹을 체결했다. 6.25전쟁이 끝난 1953년 10월 대한민국과 미국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동맹은 둘 이상의 나라와 세력이 목숨을 걸고 정치 군사적 문제에 함께 대응하는 것이다. 구속력이 있는 공식적인 조약이나 협정을 맺고 전쟁까지 함께 벌이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동맹국은 미국이 유일하고, 일본이나 캐나다 호주 영국 EU 등은 우방국이다.
미국이 동맹을 거론하고 나섰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가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동맹국이 함께 대응하자고 밝힌 것이다. 미국의 도움 요청에 우리 국민들은 비난 일색이다. "아쉬울 때만 동맹 찾나?" "날강도처럼 쌩돈 3500억 달러를 내놓으라며…. " "실력 없으면 중국에게 무릎 꿇어라!" 등등. 미국이 우리에게 관세 15%를 부과하고 3500억 달러(약 500조 원)를 즉시 현금투자하라고 강요하는 데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횡포에 세계 모든 국가가 전전긍긍, 불안해하고 있다. 러시아나 중국보다 미국의 우방과 동맹국들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아주 긴밀하게 경제와 안보 관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피아 구분도 않고 관세를 올리고 온갖 압박을 동원하고 있다. 원칙도 과정도 없이 매일 한두 건씩 날것으로 무역 안보 외교 이슈를 쏟아낸다.
현재 미국을 동맹으로 신뢰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외치는 트럼프의 독주에 피로 맹세한 동맹관계가 속절 없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이 언제 정상궤도를 되찾아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한 나라로 돌아올지 모르겠다. 미국을 유일한 동맹으로 둔 대한민국의 처지가 안타깝고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