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해루질

김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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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해안지역에 '해루질'이라는 게 있다. 갯벌이나 갯바위, 얕은 바닷가에서 밤에 불을 켜고 손이나 간단한 도구로 어패류를 거두는 것을 말한다. 지역에 따라 해리질 화력질 화래질 해낚질 화루질 화로질이라고도 하는데 대체로 '횃불'과 의미가 연결된다. 어두운 밤에 횃불을 들고 해산물을 수확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들이다.

해루질은 바닷물이 빠져나간 간출지에서 이뤄진다. 여기서 고둥 소라 게 낙지 등을 쉽게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겨울철보다 물이 더 많이 빠져나가고 간출지도 그만큼 넓어진다.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해루질이 먹고사는 방편의 하나였다고 한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이 어패류를 수확하여 먹거리로 이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해루질이 레저와 여가 문화의 성격도 강해졌다. 가족과 지인, 동호인들이 삼삼오오 해루질을 즐기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생겨났다. 아마추어들이 성장기나 산란기의 어패류를 무분별하게 잡거나 어업인들이 관리·이용하는 곳까지 들어가 채취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제도적으로 비어업인이 특정 도구나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특정장소에서 해루질을 못하게 막고 있다.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이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열린 고 이재석 경사 영결식에서 추도사에 앞서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사고이다. 밤에 해루질을 하다가 익사하거나 실종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최근 인천 영흥도에서 해양경찰관 1명이 순직하는 일이 발생했다. 갯벌에서 해루질하다 다친 70대 중국인을 구하려다 거센 물살에 휩쓸려 숨을 거둔 것이다. 이 때문에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5년간 전국적으로 갯벌 고립사고가 288건이나 발생, 38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충남 당진 서산 태안 보령에서도 해루질 고립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해루질은 매우 주의를 요하는 활동이다. 밀물이 들어오는 지 모른 채 어패류를 채취하다가 순식간에 고립되거나 방향감각을 잃는다. 밀물과 썰물 시간을 확인하고 출구를 숙지해둬야 한다. 가능하면 단체로 활동하고, 밝은 조명기구 휴대와 구명조끼 착용도 필수적이다. 현지의 안내판과 해양경찰 등의 메시지도 살펴봐야 한다. 해루질 사고 원인 대부분이 당사자의 부주의와 준비 부족 때문임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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