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위의 검찰', '성역 없는 검찰', '검찰의 꽃',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살아있는 칼'. 일본의 검찰 특수부는 일본 사회의 정의의 마지막 보루이자 전설이었다. '거악(巨惡)을 잠들게 하지 않는다'는 도쿄지검 특수부의 구호는 권력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반면 국민을 환호하게 했다.
그 여망에 부응해 도쿄지검 특수부는 세계 최강의 수사기관에 올랐다. 기소율 99%가 문제가 아니었다. 1976년 정권 실세인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를 구속해 기염을 토했다. 검찰은 다나카가 재직시절 일본항공(ANA)에 미국 록히드사 항공기를 구입하도록 압력을 넣고 5억 엔을 받은 사실을 포착했다,
1992년에는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자민당의 가네마루 신 부총재도 쓰러뜨려 명성을 이어나갔다. 가네마루는 당시 일본 정치를 쥐락펴락하던 정치인이었다. 그 신화의 기록인 '도쿄지검 특수부'는 국내에도 번역됐다. 의욕 있는 검사들이 자주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앞서 '전설이었다'는 과거형 어미에서 짐작했겠지만 일본 검찰 특수부는 쇠락을 거듭했다. 급기야 2010년 오사카지검 특수부의 3명의 검사가 증거 조작 혐의로 체포됐다. 산케이 신문 검찰 출입기자인 이시즈카 겐지가 펴낸 '도쿄지검 특수부의 붕괴'는 일본 검찰 특수부의 이면을 파헤쳤다.
저자는 도쿄지검 특수부의 화려한 칼집 속에 녹슨 칼이 숨겨져 있었다고 갈파했다. 왜 예리한 칼이 녹슬어 버린 걸까. 저자는 짧은 순환보직 시스템이 가져온 '수사 전문성 저하'와 조직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관료화'를 이유로 들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개인정보 보호나 인권을 강조하는 분위기라 하더라도 검찰의 수사력은 예전만 못하다. 개인 입신양명을 위해서인지, 조직 보호를 위해서인지 검찰은 여전히 권력 눈치에 공정성을 의심받는다.
검찰청이 폐지 위기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이 9월 정기 국회에서 검찰청 폐지안을 처리한단다. 검찰의 굴욕이다, 한 때 윤석열 특수부는 도쿄지검 특수부에 비견됐다. 하지만 권좌에 오른 뒤 자신과 주변을 수사 성역화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제 그는 검찰청 폐지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의 한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