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김구의 문화론

김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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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문화를 이야기할 때 흔히 백범 김구의 말을 인용한다. 그는 (백범일지) 나의 소원에서 내 일생의 소원은 우리나라의 독립이라며 독립된 이후의 나라는 부강한 나라보다는 '한없이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아름다운 나라는 '남의 것을 빼앗아 가질 힘이 있는 나라'가 아닌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라고 밝혔다.

백범 김구가 살았던 시대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팽배했다. 1919년 1차 세계대전 전후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파리강화회의가 열리고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 민족자결을 내세웠지만 승자들의 잔치에 불과했다. 식민지 지배체제가 내리막길에 들어설 무렵 후발주자인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 등이 불량 선배 국가를 따르기 시작했다. 세계 대공황을 겪고 나서 원자재를 확보하고 상품을 팔아먹을 식민지 쟁탈에 나선 것이다.

백범의 문화국가론은 군사와 경제가 강한 나라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부강한 나라가 침략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봤고 그 자신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약소국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국제사회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현실도 절감했다.

로이터 통신에 실린 케이팝 데몬 헌터스 관련 기사. 사진=로이터


요즘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몬(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을 보면서 '문화의 힘'을 실감한다. 넷플릭스 영화 누적 시청 수 역대 1위에 올랐고, OST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인들이 이 영화를 즐기고 노래를 따라 부른다. K-컬처는 단순한 문화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IT와 자동차 화장품 식품 선박에 이르기까지 한국산 상품에 프리미엄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K-영화 K-드라마 K-팝 K-푸드 K-뷰티 등 K-컬처가 지구촌 곳곳에 퍼지고 있다. 면적 10만km² 인구 5168만 명의 작은 나라가 문화강국이 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단군 이래 처음 있는 일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한민국은 20세기 유일하게 개도국에서 선진국이 됐고 이제는 문화로 세계를 이끌고 있다. 과학기술과 산업경제의 기반도 탄탄하다. 백범이 살아 있다면 "여기가 대한민국이고, 이 사람들이 우리 후손"이라며 자랑할지도 모르겠다. 세계 문화강국을 만들어가는 젊은 세대가 대견하고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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