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청주자생한방병원 김문휘 원장
지난 6월 국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이 0.76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0.06명 증가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통계청은 지난달 '2025년 6월 인구동향'을 발표하고 이 같이 발표했는데, 이는 올해 초부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출산율이 소폭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이 같은 출산율 반등 소식 이면에는 여성의 건강 관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여성의 몸은 큰 변화를 겪기 때문이다. 특히 임산부는 출산 과정에서 골반과 허리가 벌어지고 혈액과 에너지 등이 대량 소모된다. 아울러 산후 회복기에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산후풍, 만성 요통 등 다양한 후유증이 발현될 수 있다.
실제 척추신경추나의학회지에 게재된 ‘출산 후 요통에 대한 추나요법의 효과: 체계적 문헌고찰’ 논문에 따르면, 산후 요통의 유병률은 24~90%에 이르며 출산 후 3개월 뒤 28%, 5개월 뒤 50%, 1년 뒤에는 67%까지 증상이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학에서도 산후를 기혈이 허약하고 한(寒)이 침투하기 쉬운 시기로 본다. 이 시기에는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고 기혈을 보충해 통증을 다스리는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환자 상태에 맞춰 조제하는 한약은 신체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효과적이며, 특히 생화탕(生化湯)은 어혈을 풀어 산모의 회복을 돕는다.
주요 혈자리에 진행되는 침과 뜸 치료도 산후 회복에 유용하다. 삼음교·합곡혈 자극은 자궁 수축을 돕고, 관원·기해혈은 전신 기력 회복과 하복부 냉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또한 관원·중완혈에 뜸을 하면 혈액순환이 촉진돼 복부와 허리를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다. 출산으로 벌어진 골반과 틀어진 척추는 추나요법을 통해 교정할 수 있으며 이는 허리와 골반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실제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한 임산부에 침, 추나요법 등 한의치료를 진행한 결과 호전 효과를 보인 연구결과도 있다. SCI(E)급 국제학술지 ‘의술(Medicine)’에 게재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논문을 보면, 교통사고를 겪은 임산부에게 침 치료를 포함한 한의치료를 진행한 결과, 허리 통증숫자평가척도(NRS: 0~10)가 치료 전 5.62에서 치료 후 1.38로 크게 감소했다. 허리기능장애지수(ODI) 역시 89% 개선됐다. 삶의 질 지표인 EQ-5D-5L도 정상 수준에 가까운 회복 양상을 보였다.
산후 관리는 단순히 며칠 조리원에서 머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출산으로 약해진 몸은 체계적인 치료와 관리 없이는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증상이 느껴진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산 후 산모의 몸은 작은 신호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꾸준한 관리와 적절한 치료를 통해 몸을 돌보는 습관이 쌓일 때, 비로소 건강한 회복과 일상을 이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