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뉴스다!>
공직자로서 수십 년간 일을 하다 보면 ‘공직의 보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현재 청주시장 비서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찬규 사무관은 한때 청주의 대표 유흥가였던 ‘밤고개’ 도시재생 성공을 공직의 보람으로 꼽습니다.
밤고개 도시재생이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담당 팀장인 박찬규 실장이 이 일대 토지 지분을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던 지주로, 당시 외국생활을 하고 있던 글로벌 패션 명품업체 임원을 설득했기 때문입니다.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이 자랐고 당시도 아쉬운 것이 없던 분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게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코로나19사태로 대면 접촉이 여의치 않아 밤낮 가리지 않고 카카오톡과 전화로 토지매각을 설득했지요. 결과적으로 서로 윈-윈한 셈입니다.”
이렇게 토지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국비 등이 투입돼 도시재생이 출발선에 서게 됐고 이후에는 별 탈 없이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됩니다.
앞 부분 건물은 과거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상당 부분 원형을 보존했습니다.
지금도 ‘밤안개’, ‘밤차’ 같은 술집의 이름이 건물 외벽에 남아 있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흔적을 남기고 신축급 리모델링을 한 건물의 활용방안이었습니다.
‘너도나도 쓰겠다’고 덤볐지만 이 건물은 ‘청주공예창작지원센터’로 용도가 결정됩니다.
기가 막힌 활용방안 아닌가요?
마침 길 건너에는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문화제조창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술의 집적효과입니다.
지난주 직접 이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오전 시간인데도 유리 공예가들의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처음 알았는데 유리공예작업장을 ‘블로잉실’이라고 하더군요.
유리공예작업을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이 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긴 금속관 끝에 붙어 있는 작은 불덩이를 작가가 입으로 ‘훅훅’ 불면 조금씩 커지고 별도의 도구를 이용해 모양을 잡더군요.
다시 가마 속에 넣어 달구고 같은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자 눈앞에 ‘공예작품’이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만든 작품을 (냉장고 같은 곳에 넣어서) 하루 정도 서서히 식혀야 합니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깨질 수 있으니까요. 평소 이곳을 자주 이용합니다.”
공예창작지원센터 이용 작가의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장점은 이용료가 무료이거나 실비만을 부담하면 된다는 데 있습니다.
현재 입주 작가는 네 분이 있다고 합니다.
유리공방 뿐만 아니라 금속, 섬유공방도 운영 중입니다.
눈으로 각종 공예품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작가들의 작품도 통로를 따라가며 전시돼 있습니다.
게다가 건물에는 레트로 감성이 묻어나고 당시 유흥가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는 미로 같은 통로와 다락방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항상 가까이 있는 것은 소중함을 모를 때가 있습니다.
청주공예창작지원센터가 바로 그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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