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강릉 춘갑봉 '힐링 로드'

최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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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걷기 좋은 야산이 있다면, 보약 같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 촌과 콘크리트 건물 일색인 도시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솔바람 시원한 숲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은 세칭 '숲세권'의 백미라고 할 것이다.

강릉에 그런 '약숲'이 있다. 포남2동 주택가 뒤편의 '춘갑봉(春甲峰)'이다. 강릉은 '솔향'이라고 불릴 정도로 도처에 솔숲이 널려 있지만, 춘갑봉은 특별하다. 대관령에서 뻗어 내린 야산의 낙맥이 시내 중심부 화부산을 지나 춘갑봉으로 연결되고, 그 산줄기가 초당·경포까지 이어지니, 강릉 시내를 관통하는 솔숲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춘갑봉 산줄기에서는 경포호수는 물론 동해바다도 지근거리에서 눈에 담을 수 있다. 인근의 소동산에 동해바다를 살피는 옛 봉수대가 일찍이 터를 잡은 것도 이 일대의 탁월한 조망권을 높이 산 때문이었다. 경포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환선요월(喚仙邀月·환선정의 달 뜨는 경치)이나 '환선취적(喚仙吹笛·환선정의 피리 소리)'을 낳은 환선정도 이곳 산책로에 있다. 금상첨화에 다름아니다.

춘갑봉은 '봄이 가장 일찍 찾아오는 곳'이라는 뜻이다. '봄이 으뜸인 곳'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겠다. 화신(花信)이 서둘러 몸을 풀고, 꽃 소식을 알리는 동해바다에 접한 산줄기이니 진달래, 개나리가 먼저 만개하는 것도 순리이리라. 그런데 십수 년 전만 해도 춘갑봉 일대는 '명퇴산'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호로 더 많이 불렸다. 명예퇴직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남녀노소가 즐겨 찾는 산을 명퇴산이라고 하다니? 민원이 빗발쳤고, 결국에는 주민 공모를 거쳐 이곳 산줄기의 7개 작은 봉우리 가운데 하나의 이름인 춘갑봉이 통칭 명칭으로 지위를 부여받았다.

그 춘갑봉의 4㎞ 남짓 산책로가 입소문을 타고 도심 속 힐링로드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경포·초당과 연계해 춘갑봉 '바우길'을 걷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외지 탐방객도 생길 정도이다. 포남2동과 주민단체에서 맨발로도 편하게 걷는 숲길 조성을 위해 자연친화적 편의·운동 시설을 꾸준히 보강한 결과이다. 걷기 좋은 계절, 춘갑봉 힐링로드에서 풀뿌리 생활 자치의 모델을 본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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