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선 K-관광의 미래, 로컬들 매력을 잇다] 8. 동해선의 종착점 강릉…우리가 마주한 미래

이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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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이용률 217%…강릉역 인파 북적
역내 강릉농업인 가공품 판매 등 눈길
독특한 음식 경험 목적 관광객 발길 잇따라
안목 카페거리·강릉중앙시장 명소 부상
강원관광재단, 관광객 맞춤 관광상품 계획
영서지역 확대 위해 지역리조트 등 협력
6개 시군 해양관광 공동브랜드 추진도
동해선 기적따라…강원관광 새 미래 '활짝' 열렸다
▲ 정동진역의 전경. 공동취재단
한 세기 전 남쪽 땅끝 부산에서부터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동해선 철도가 이어질 뻔했다. 일제는 수탈을 목적으로 동해선 종단철도를 부설하고자 강원도 곳곳에 철길 노반 공사를 했다. 대륙 침략의 발판을 다지려던 동해선 철도 건설은 해방을 거쳐 중단됐고, 그동안 동해안은 국도 7호선으로만 연결됐다. 올해 1월 1일, 강릉과 부산을 잇는 동해선 열차 ITX 마음이 첫 기적을 울렸다. 동해안을 기차로 관광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동해선 개통은 단순히 길이 열린 것이 아니라 관광의 시작이자, 강원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길이다. 7박8일 간 동해선 ITX-마음을 타고 울산과 포항을 거쳐 삼척에 방문한 후 강릉에 도착했다.
▲ 1 강릉역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2 강릉 중앙시장에 관광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3 강릉 주문진 일대의 모습. 4 강원관광재단 강성구 본부장과 7월 21일 인터뷰를 가졌다. 공동취재단
■ 삼척~강릉 고속화 철도는 숙제

삼척역에서 기차를 타면 종착점인 강릉까지 1시간이 소요된다. 삼척과 동해, 묵호, 정동진을 거쳐 강릉에 다다른다. 동해선을 타면 강원 동해안의 매력적인 도시를 볼 수 있다. '동해선'이라는 이름답게 정동진과 강릉을 잇는 철도 길은 바다가 보인다. 탁 트인 해안의 절경을 보면서 달리는 동해선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정동진에 파도 치고 거기 무지개를 향해 낚시를 던지는 사내 하나 나는 봤지"(정태춘 '정동진3' 첫 소절)

삼척에서 정동진에 다다르는 길 동안, 함께 기차를 탔던 이들은 동해안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했다. 경주에서 온 박현수(29)씨는 "동해선을 타고 강릉에 오기 전까지 도시 풍경만 나와 아쉬움이 있었는데, 열차 좌석에 앉아 풍경을 바라볼 수 있어서 느낌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열차 곳곳에서 정동진의 고즈넉함과 모래사장을 본 승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다만 삼척~강릉 구간은 1960년대 건설한 후 개량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시속 60~70㎞의 속도로 운행되는 것이 개선 과제로 남아있다. 미싱링크(단절 구간)로 지적되는 이 구간의 고속화가 진행되면 강릉에서 부산까지 현재 5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고, 동해 서울 KTX 열차 운행 시간도 20분 이상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 강릉역은 지역 관광의 시작이자 종착점

강릉역은 지역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강원도민들은 강릉역을 통해 경북과 부산에 다다르고, 경북과 부산 사람들은 기차를 타고 강릉에 도착한다. 지난 7월 20일 도착한 강릉역에는 동해안을 대표하는 중심역으로 많은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서울과 강릉을 잇는 KTX강릉선과 동해선이 다니는 강릉역은 강원의 최대 역이기도 하다. 동해선 열차 이용률이 217%를 기록했고, 주말과 연휴에는 강릉역의 좌석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강릉역의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대합실에는 이용객이 차 있었고, 기차 승하차 시간에는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였다. 동해선 수요가 지속된다면 강릉을 찾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편의시설 확충과 공간 증축도 장기적인 해결 방안이 될 것으로 보였다. 강릉역에는 사회적경제 상품을 판매하는 '강원 곳간'과 '강릉 커피콩빵'이 판매되고 있었다. 특히 강릉 농업인들의 관광가공품 공동브랜드인 '바다와 농부'가 자판기로 설치돼 관광객의 눈길을 끌었다. 강릉 사과와 사과주스가 판매돼 기념 삼아 사 먹는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강릉역에서 즐길 수 있는 지역 콘텐츠가 더 많아진다면, 강원 관광의 '첫인상'이 보다 확연하게 전달될 것 같았다.

포항에서 온 고말식(67)씨는 "휴가 차 강릉을 방문했다. 원래 국도를 타고 오는데, 기차가 생겨 추억으로 타보고 싶었다"며 "주위 사람들도 동해선이 생기고 나서 많이들 기차를 타 보고 싶어 한다. 자녀들이 예약을 해 준 덕분에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맛의 정점'…강릉 여행지의 매력

강릉 출신 허균은 1610년 전북 익산 함열 유배 시절 조선 최초의 음식 문화서 '도문대작'을 집필했다. 팔도의 식재료와 별미를 기록·평가한 이 책은 '조선시대 미슐랭 가이드'로 불린다. 허균의 아버지 허엽의 호는 초당으로, 그의 호를 딴 지명인 강릉 초당동은 순두부를 비롯한 미식의 마을로 유명하다.

강원역사문화연구원 강원학연구센터의 강원학대회에서 이상균 강릉원주대 사학과 교수가 최근 발표한 지리지에 기록된 조선시대 강원인의 성품에 따르면 강릉 사람들은 학문을 숭상하고 놀기를 좋아한다고 묘사됐다.

'커피', '초당순두부', '옹심이'… '강릉'하면 생각나는 음식들이 있다. 강릉은 동해선을 대표하는 맛의 도시다. '놀 줄 아는 사람들'의 도전 정신과 지역에서 이어온 맛의 미학이 강릉을 미식 도시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관광객들은 새로운 공간에서 독특한 음식을 경험하기 위해 강릉을 찾고 있다. 안목 카페거리와 닭강정 등을 즐길 수 있는 강릉중앙시장 일대는 관광 명소로 알려져 있다.

부산에서 온 김지민(27)씨는 "버스를 타고 강릉여행을 몇 번 오다 기차를 타고 강릉에 왔다"며 "강릉의 커피와 짬뽕을 먹으러 왔다.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도 많아 여행이 더욱 더 기대된다"고 했다.
▲ 동해선 ITX 마음
■ "동해안권 관광 아우를 것"

동해선 개통으로 관광객들은 강릉뿐만 아니라 동해안 도시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21일 만난 강원관광재단 강성구 본부장은 "동해선 개통 후 삼척과 정동진, 동해 묵호 쪽에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며 "지역 상권과 숙박업계에서도 관광객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은 동해선 개통에 발 맞춰 올해 상반기 해양관광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해 콘텐츠를 발굴했고, 관광객이 원하는 관광 상품을 운영할 계획이다. 동해안을 필두로 한 강원 관광을 영서 지역으로 넓히기 위해 지역 리조트 등과 협력하고 있다.

다만 동해선 개통으로 대다수의 관광객이 강릉에만 집중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강 본부장은 "동해선 개통으로 1200만 명에 달하는 영남권 잠재 관광객의 강원 방문 여건이 개선됐다. 주변 소도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투어 버스 등 도시 간 연결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은 강원의 블루오션을 '해양 레저 관광'으로 보고 시도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강원해양관광진흥협의회를 설치해 강릉·속초·동해·삼척·양양·고성에서 해양 스포츠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강 본부장은 "내년에 6개 시군을 묶은 해양관광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서 상품을 제작하고 공동 사업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코레일과 동해 중부선 증차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도 차원에서는 외국인 택시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단의 전담 여행사 지원 사업을 통해 강릉뿐만 아니라 삼척과 동해 등 인근 지역을 방문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해, 집중된 관광을 분산시키고 있다.

■ 동해선의 미래

성공하는 관광의 조건은 무엇일까. 관광객은 여행지에서 새로움과 익숙함을 함께 경험하기를 원한다. 특히 방문하는 도시의 정체성이 부각된다면, 관광객은 그 도시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동해선의 도시들은 독특한 지역적 색채를 지녔다. 울산 '고래', 포항 '철', 삼척 '석탄', 강릉 '미식'은 지역에 축적된 문화적 자산이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똑같은 먹거리와 어디를 가도 같은 도시의 모습이라면 사람들은 오지 않는다.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지는 관광에 미래는 없다.

동해선 관광에서 기대하는 것은 '새로움'과 '익숙함'이다. 관광을 키우기 위해 도시들은 도시의 정체성을 알리고 있었다. 울산은 고래와 정원을 통해 새로움을, 포항은 철을 통한 문화예술 관광을, 삼척은 석탄 산업의 중심지이자 따스하고도 고요한 정체성을 지닌 곳이었다. 떠나온 도시는 모두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고, 동해선 관광의 미래는 이제 막 시작됐다. [끝] 이채윤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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