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작가가 일상 속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의 흐름과 잔상을 조형 언어로 포착하고, 그 미묘한 결들을 시각적으로 되살려내는 작업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윤지현의 회화는 '흐름'의 감각으로부터 출발한다. 순간적으로 스치고 사라지는 감정의 편린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고, 반복적인 붓질과 얇은 레이어의 중첩을 통해 감정의 층위를 구축한다. 유화의 밀도와 투명한 색의 흔적들은 시간 속에서 점차 퇴색되는 감정의 깊이를 더듬어가듯, 기억의 표면을 천천히 드러낸다. 작가의 화면에서 곡선은 감정의 호흡을 따라 유영하며, 차분한 색조는 관계 속에서 쉽게 언어화되지 않는 정서의 미묘한 파동을 담아낸다.
윤지현은 "감정은 순간적으로 스치지만, 그것이 머물던 자리를 되짚는 행위는 사라진 감정과 다시 마주하는 과정"이라 말한다. 그의 작업은 개인적 감정의 기록에서 출발해 타인과의 관계, 나아가 인간이 감정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시도로 확장된다.
정현경 개나리미술관 관장은 "윤지현 작가는 감정의 미묘한 결을 시각적으로 환원해내는 섬세한 감각을 지닌 신진 작가"라며, "평면에서 확장되어 조각적 형태, 더 나아가 공간 자체를 작업의 장으로 연결하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이어진다. 안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