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동해선 개통 후 태화강역 이용객 급증
철도 관광 활성화 목표 홍보·협업 주력
타지역 연계 관광 시너지 효과 기대감
꽃 축제 활력 제고 등 방문객 유입 확대
울산 대표 '태화강역' 관광객 맞이 속도
불편 해소 집중 편의시설·접근성 개선
지난 7월 직접 동해선을 타고 8박9일간 울산·포항·삼척·강릉을 취재했다. 일본 취재 이후 철도를 이용해 경북으로 가보고 싶다는 '여행 의향'이 생겼다. 강원과 경북을 거쳐 부산까지 이어지는 이동의 부담감 없이 지역의 매력을 잇는 새로운 '축'이었다. '모든 길은 서울로'라는 수도권 중심의 논리는 걷어치웠다. 어쩌면 동해선은 서울 대신 유럽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육상 출발점이지 않을까.
울산에서 출발해 마지막 목적지인 강릉에 다다랐을 때, 푸른 해안가를 볼 수 있는 것은 '동해선'에서 향유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쇳길'로 펼쳐진 동해안 실크로드는 누군가의 과거와 나의 현재를 잇고 있다고, 바다를 보며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생각했다. 오래된 길은, 다시 새로운 연결을 꿈꾸며 또 다른 미래를 품고 있었다.
■ 울산만의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 '눈길'
철도의 연결로 관광의 판도가 바뀌어 가고 있다. 울산광역시도 관광도시로 향하는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공업 도시라는 이미지가 짙게 깔린 도시지만 그 연혁은 꽤 오래됐다. 과거에는 신라 경주의 맥을 잇는 항구 요충지였고, 신라 멸망 후 중요성은 점차 감소돼 왜적의 침입을 번번이 겪었다.
이곳 사람들은 선사시대부터 고래를 잡으며 자연의 험난함을 몸소 겪어왔다. 가장 먼저 찾은 장소는 울산 반구대의 암각화였다.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암각화 앞에서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다. 망원경으로 암각화를 들여다보자 새끼를 얹고 다니는 고래가 보였고, 작살을 든 인물과 멧돼지가 그려져 있어 당시 사람들의 섬세함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태화강 국가정원과 대왕암공원 역시 잠재력을 보여줬다.
역과의 교통 접근성이 뛰어났고 도심과 가까운 곳에서 울창한 정원을 경험할 수 있었다.
태화강은 울산의 혈관과 마찬가지였고 울창한 대나무가 우거진 '십리대숲'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대왕암공원에는 신라 문무왕의 왕비가 죽은 후 그를 따라 호국용이 돼 울산 동해의 대암 밑으로 잠겼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입구에 조성된 아름드리 드리운 소나무 숲은 일상의 여유를 선사했고, 출렁다리는 해안 절벽과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천혜의 경관이 돋보였다. 산책로 조성도 잘돼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들도 많았다.
경주의 문무대왕릉과 울산의 대왕암, 바위를 왕과 왕비의 묘소로 정했다는 설화는 나라의 평안을 기원했던 민중들의 또 다른 바람은 아니었을까. 금강산까지 가다 속초 설악산에 머물렀다는 '울산바위' 이야기가 그냥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업 목적 관광객 유치와 관광 지명 중심 마케팅 박차"
울산은 더 이상 '잿빛 도시'가 아니었다. 도심 가까이에 있는 자연과 세계유산을 지닌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를 품은 관광도시를 향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울산시청에서 김미경 관광과장과 김혜정 관광마케팅 팀장을 만나 철도 연계 울산 관광 활성화 방향에 대해 들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동해선 개통 이후 태화강역은 지난해 대비 152.4%의 승차 이용객이 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울산 방문자 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 늘었으며, 숙박·체류시간도 2.4% 증가했다.
동해선 개통과 연계한 철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코레일과 협업해 관광상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동해선(강릉역~태화강역), 중앙선(청량리역~태화강역) 이용 관광객을 대상으로 당일 여행 상품을 만들었다.
강원에서 출발하는 승객들이 지난 5월 강릉역에서 동해선을 타고 태화강 봄꽃 축제와 대왕암공원·장생포 고래문화특구를 관람하는 일정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와 함께 동해안권관광진흥협의회(강원·부산·울산·경북)와 해오름동맹(울산·포항·경주)에 참여해 각 지역간의 협력으로 관광의 규모를 키우고 있었다.
김미경 과장은 "포항·경주와 함께 철도 상품 개발 등 관광 협력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두 도시와 협력해 해오름 기차를 서울역 등 수도권에서 홍보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반구대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등재가 되면서 이를 위한 관광 상품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울산은 시티투어버스 테마형 코스에 반구대의 암각화 방문 일정을 넣었다. 통합형 관광플랫폼 '왔어울산' 앱을 통해 시티투어버스 예약과 결제도 가능하게 하는 등 관광객 편의성도 높였다. 김 과장은 "암각화 관광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향후 케이블카 등 암각화와 연결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산은 개별 관광지 지명을 중심으로 한 홍보 마케팅으로 지역의 관광지를 알리며, 관광도시의 초석을 다지고 있었다.
김혜정 팀장은 "도시의 공업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특정 관광지를 알리는데 중점을 뒀다. 울산의 '태화강 국가정원'이 아닌 '태화강 국가정원'이 있는 울산으로 홍보 목표를 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동해선 도시 중 울산만의 강점이 있다"며 "사업 목적 관광객들이 많아 다른 지역 대비 신규호텔이 많고, 성수기에도 숙소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보다 규모가 큰 꽃 축제를 활성화하고,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등 지역 콘텐츠를 통해 관광객 유입을 지속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했다.
동해선이 정차하는 울산의 대표 역인 '태화강역'도 관광객 맞이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태화강역사 내에는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인쇄물들이 비치됐고, 역을 통해 여행을 온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부산에 거주하는 이다한(20)씨는 "대학 동기들과 기차를 타고 울산에 방문하게 됐다"며 "동해선을 타고 강릉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시에서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울산국제정원박람회장과 태화강역을 잇는 육교 형태의 보행통로를 신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코레일은 최근 태화강역의 관리 등급을 기존 3급 역에서 2급 관리 역으로 승격했다. 태화강역이 지역을 대표하는 역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다른 역들을 통솔하는 역할을 부여받는 등 중요도가 큰 역들이 선정된다. 역사 내엔 울산관광안내소와 지역 소재 빵집 등이 있지만, 정작 월평균 10만2442명이 승하차하는 규모에 걸맞은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민은식 태화강역장은 "동해선 개통 이후 역 이용객이 크게 늘었다. 불편 사항에 귀 기울이며 관광객 편의를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역장은 "대전의 성심당처럼 태화강역에서 지역을 알릴 수 있는 입주시설 계약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용객들이 쉴 수 있는 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공사를 계획 중이다. 향후 공간을 활용해 태화강역이 단순히 머무르는 곳을 넘어 울산 관광이 피어나는 역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이채윤 기자 cyle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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