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노인복지주택 동해시 단 1곳 불과
고급 실버타운 경제적 접근 불가능 현실
정부, 고령자 복지주택 취약층 공급 노력
식사·헬스케어·물리치료 등 복지 제공
강원 고령인구 대비 공급률 0.2% 수준
고령화 발맞춤 정책방향 수정 목소리
노인실태조사 94.9% '내 집' 거주 원해
경로당 활용 지역사회 계속거주 모델 제시
접근성 우수·삶의 질 최적화 효율 장점
"실버타운 개념 유사, 일상 돌봄 병행 필요"1 프롤로그- 강원 노인세대 양극화 심화 우려
2 늘어나는 도내 요양시설,빈곤노인 돌봄 대안 되나
3 20년 앞선 일본의 노인주거 복지 현황
4 중산층 겨냥 일본의 노인 정책,양극화 좁힌다
5 강원형 고령자 주거복지·요양정책 방향은
한국사회복지학회장이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사회보장위원회 실무위원 등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노인 쿼터 시대'를 맞은 강원지역의 경우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38만 1278명)가 전체 인구(151만 9545명)의 25.09%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전국의 고령 인구 비율은 19.82%(전체 5123만 8450명 중 1015만 6152명)로 강원과는 5.27%p의 큰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초고령화'의 주사위가 던져진 강원지역이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바꿔나갈지가 향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강원도민일보는 현재 강원지역의 노인주거복지 및 요양정책 현황을 점검하고, 지속가능하면서도 바람직한 방향을 찾았다.
■턱없이 부족한 노인주거시설… 노인복지주택 1개, '고령자복지주택 공급률 0.2% 불과
강원지역 노인복지주택, 이른바 '실버타운'이 전국적으로 40곳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강원은 단 한 곳, 동해시의 '약천온천실버타운'만이 기준에 해당한다. 이 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1억 7000만 원, 월 이용료는 140~220만 원이다. 내년 하반기에 준공 예정인 춘천의 '노블파인스'는 보증금이 2억 원 후반에서 3억 원 초반에 달하고, 월 이용료는 198만 원(1인)에서 288만 원(2인)으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급 실버타운은 대다수의 노인들에게는 경제적으로 접근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강릉에 사는 신모(67)씨는 "은퇴 전에는 실버타운 등에서 호화롭고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꿈꾸기도 했는데 이제는 먼 나라 얘기 같다"며 "나이가 많다고 써 주는 직장도 없어서 공장 근로나 기간제로 용돈을 벌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정부는 '고령자 복지주택'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 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 국가유공자 등에게 최대 50년까지의 영구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현재 강원에는 홍천(128세대), 영월(140세대), 평창(116세대) 등에 이러한 고령자복지주택이 공급되고 있다.
이 주택들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식사, 헬스케어, 물리치료실, 건강지원실 등 종합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럿이 모여 활동하는 프로그램도 많다. 최대 50년간 영구임대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전용 면적 26㎡ 기준으로 230~250만 원의 보증금과 한 달에 4~5만 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공급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세대당 평균 가구원 수를 2.2명으로 계산했을 때 강원도의 고령 인구 대비 공급률은 0.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령자 복지주택의 공급이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지희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는 "주거복지도 소득에 맞춰 세분화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중간층이 거의 없다. 현재 한국은 고급 실버타운만 있는 상황이라 더 많은 고령층은 그 혜택을 누릴 수 없다"며 "고령층이 실제 생활비를 충당하며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의 현실적인 주거복지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원형 '실버타운' 방향은?… 경로당 중심 '지역사회 계속거주' 모델
강원지역의 노인주거시설을 단순히 확대하는 데만 집중할 수 없는 이유는 '자본'과 '시간'이다. 외부 유입이 적은 강원지역의 특성상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새로운 고령자복지주택을 짓는 데는 예산 확보와 부지 조성, 시공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빠르게 흘러가는 고령화 속도에 발 맞추기 위해서는 주거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본지가 만난 전문가들은 "강원지역의 노인들은 본인이 살던 곳에 머물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연경 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구를 위해 만난 강원지역 10명 중 9명은 '내 집'에 계속 머물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실제 보건복지부의 '2023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건강하다면 어디에 살겠느냐'는 질문에 94.9%의 노인이 '현재 집에서 계속 산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87.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기존에 강원지역이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강원도의회 고령친화도시연구회와 고령사회를 이롭게 하는 강원여성이 연 '강원지역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간담회'에서 '지역사회 계속거주(AIP·Aging In Place)'를 통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모델이 거론됐다.
'지역사회 계속거주'란 고령자가 스스로 선택한 거주지에서 기존 익숙한 관계를 유지하며 나이 들어가는 형태를 말한다. 이때 지역사회는 주거를 중심으로 복지, 보건, 의료 등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는 바로 '경로당'이 꼽힌다. 강원경로당광역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도내 경로당 수는 무려 3326개에 달한다. 2년 전과 비교해 보면 58개 늘었고, 주택법상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건설할 때 경로당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함을 감안하면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도여성가족연구원이 경로당 이용빈도를 조사한 결과, '거의 매일 이용한다'는 응답이 35.1%에 달해 이용률도 높았다.
석재은 교수는 "강원지역의 경우 경로당이 조밀하게 있어 노인들의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며 "재정의 제약 속에서 노인들의 삶의 질을 최적화하는 데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민연경 연구위원도 "집 근처에 있는 수많은 경로당을 중심으로 사회서비스를 투입, 경로당에서 밥 먹고 여가·문화 생활을 즐기다 다시 집으로 가는 것이 마치 '실버타운' 개념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에 더해 병원 동행 뿐 아니라 어르신들이 장을 보거나 주민센터를 가는 사소한 일상생활에서도 돌봄 서비스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끝> 최우은
◇미니해설
AIP(Aging In Place)란=고령자가 스스로 선택한 거주지에서 기존 익숙한 관계를 유지하며 나이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실현 요인으로는 지역사회 관계망, 인프라, 서비스와 지원체계 등이 있다. 고령사회의 지속발전 가능성을 위한 대안으로서 거론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주거공간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공동체 공간 제공 및 의료공간이 핵심 과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 기사는 '2024 강원도 지역언론발전지원사업'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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