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의 그늘, 노인의 집은 어디인가] 외로운 노인 존엄, 요양기관 증가 속 '돌봄의 질' 과제

최우은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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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4.11.21. 오전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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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진입, 노인 복지 수요 증가
작년 장기요양기관 973개 3년간 99개↑
강원 노인 32.4% '건강' 사유 입소 희망
요양·간호·목욕 방문 서비스 등 다채
도내 입소율 75% 전국 두 번째 불구
노인 학대 예방·돌봄 서비스 개선 더뎌
의료조치 소홀에 입소자 약물 과다복용
치매 노인 생활실 감금·식사 시 폭행도
사회복지 현장 인식·처우 문제 도마 위
요양보호사 평균 근속기간 2년 안 돼
미숙 종사자 늘어 서비스 악화 악순환
"10년 일해도 최저임금, 장려금 지급 필요"
1 프롤로그
- 강원 노인세대 양극화 심화 우려

2 늘어나는 도내 요양시설, 빈곤노인 돌봄 대안 되나
3 20년 앞선 일본의 노인주거 복지 현황
4 중산층 겨냥 일본의 노인 정책, 양극화 좁힌다
5 강원형 고령자 주거복지·요양정책 방향은

속보= 강원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 의지가 전국에서 제일 높다는 통계(10월 24일자 1면 등)가 나온 가운데 이들의 요양시설 입소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수요에 따라오는 공급의 양과 질이다. 노인 주거 복지 정책의 청사진을 짜는데 앞서 강원지역 시설 내 노인 학대 예방과 요양분야 종사자 처우 개선 등 장기 과제도 산적해 있다.
■ 동반 상승하는 요양시설과 입소 수요

"요양원·요양병원 가면 죽어서야 나오잖아. 내가 선택한 게 아니고 자식이 보내서 오는 거지."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이 '강원도 노인복지 기본계획(2023~2027)'을 수립하기 위해 진행했던 심층 면담에서 도내 한 노인이 남긴 말이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강원도에서 노인 인구 급증과 이들의 복지 수요 증가에 발맞춰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장기요양시설의 수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874개였던 장기요양기관 수는 2021년 915개, 2022년 933개, 2023년 973개로 3년만에 약 100개가 늘었다.

장기요양기관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1·2등급)에 따라 입소를 비롯한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서비스는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복지용구 등으로 나뉜다. 이중에서도 노인들이 다니는 유치원, 일명 '노치원'으로도 불리는 주간보호시설을 포함한 주·야간 보호시설의 증가가 전체 기관 수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0년 148개였던 주·야간보호시설은 2023년 161개로 13개 늘었으며, 현재 기준으로는 총 175개로 14개가 더 생겼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었던 건물·부지가 노인복지시설로 바뀌는 사례는 이제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노인들이 요양시설을 선택하는 이유는 주로 '건강'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된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펴낸 '2023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강원지역 노인 중 32.4%가 건강이 악화되면 요양시설에 입소하겠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전국 평균인 27.7%보다 4.7%p 높은 수치다. 반면 '자녀 또는 형제자매의 집에서 살겠다'는 응답은 1.5%, '그들의 근처로 이사가겠다'는 응답은 0.4%에 불과했다. 두 수치를 합하면 1.9%. 전국 평균인 6.8% 보다 한참을 밑도는 수치다. 요양시설 입소를 원하는 강원 노인들의 수요가 다른 곳보다 많은 것이다.

민연경 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적 여유가 있으면 건강이 나빠졌을 때 실버타운 등을 선택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비자발적으로 요양기관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자기 집에서 죽을 권리가 있으면 그렇게 하시겠느냐'고 물었는데 '내가 그래도 되겠느냐'고 답한 분도 있어 조사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이같은 강원노인들의 의향은 실제 기관 입소율로도 이어졌다. 본지가 국민건강보험의 의료이용지표를 분석한 결과, 2022년 강원 장기요양기관 입소율은 75.01%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가장 입소율이 높은 지역은 제주(77.94%)였으며, 전국 평균은 70.2%였다. 이는 강원지역의 노인들이 타 지역 노인들보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요양시설이 사실상 최후의 보루가 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통계다.

■ 노인 학대예방·돌봄 서비스 교육 병행 필요

하지만 이러한 시설의 수가 증가하는 반면, 노인 학대와 돌봄 서비스 개선은 더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의 '노인학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강원도노인보호전문기관의 관할 구역인 춘천·인제·철원·화천·홍천·양구에서 발생한 시설학대 판정 건수가 157건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았다. 2022년에는 이보다 26건 증가한 183건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였다. 2023년의 경우 169건으로, 전국 데이터가 확정 집계되지 않았지만 상위권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강원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강릉·동해·삼척·속초·고성·양양)은 2021년 85건, 2022년 122건, 2023년 91건이었고 강원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원주·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에서는 같은 기간 131건, 127건, 113건을 시설학대로 판정했다.

도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증상이 있는 노인이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대 등의 도구를 이용해 생활실 문 밖에서 걸어 감금하거나, 식사 시 입과 머리를 짓누르는 등 직접 폭행도 일어났다. 도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의 경우 요양원이 입소자의 질환 및 의료조치에 대해 소홀해 입소자가 약물을 과다 복용, 중환자실에 입원하며 임종 면회까지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기는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박선균 도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장은 "노인학대 관련 감수성을 가진 종사자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역시 많다"며 "의무 교육이라고 해도 그냥 영상을 틀어놓거나 대리 수강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종사자 개인의 인식 개선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요양분야 종사자 처우개선 장기 과제

종사자들의 인식 개선과 교육·훈련 활성화, 속속 사회복지 현장을 떠나는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건강보험연구원의 '2021년 장기요양시설 요양보호사의 임금 실태 및 결정요인 분석'을 보면 요양보호사 평균 근속기간은 1.9년(23개월)에 불과했다. 도사회복지사협회가 최근 노인재가시설을 포함한 강원지역 605개 사회복지시설에서 종사자 434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지난해 정규직 직원이 1.99명이 입사했을 때, 1.4명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지역에서 민간 협회가 종사자들의 보수와 지급 수준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요양시설과 경로당, 노인교실 등은 대상에서 제외돼 향후 더 면밀한 실태 파악도 필요한 상황이다. 조사 연구를 맡은 김제선 강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다른 지역에 비해 사회복지실천 경험이 많지 않은 종사자들이 강원도에서 늘고 있다"며 "이 상황이 지속되면 시설 중간관리자들의 비율도 낮아지면서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이 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장 종사자들의 목소리도 직접 표출되고 있다. 춘천시 요양보호사와 함께 하는 모임과 춘천 노인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 춘천 참누리노인복지센터 등은 지난 15일 춘천 명동에서 '요양보호사 장기근속 수당 제도 개선 촉구' 서명 운동을 갖고 장기요양 근무기간 전체에 대한 경력 인정과 장려금 인상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방문요양 보호사들의 경우 어르신 건강상태 악화로 인한 '서비스 이용 중단'이 잦다는 점을 고려, "10년 이상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보호사들은 1년 이상의 경력부터 장려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우은 helpeun@kado.net

이 기사는 '2024 강원도지역언론발전지원사업'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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