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18개 시군 전수조사 실시
병원·학비 마련 생계형 다수
비수급자 포함 지원책 고심
춘천 근화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조사를 마치고 떠난 뒤, 폐지수집으로 생계를 잇고 있는 정춘옥(75) 할머니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도와 18개 시·군이 강원지역 폐지수집 노인에 대한 첫 전수조사에 돌입(본지 2월 20일 4면)한 가운데 본지가 최근 춘천 근화동 지역의 조사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봄을 시샘하듯 내린 늦겨울 눈과 추위에 폐지수집 노인들의 발은 묶였지만, 직원들에게는 기회였다. 집에 머무는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듣고, 필요한 지원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 걱정에 밤에 잠도 잘 안 온다는 할머니에게 이날 조사에 나선 이재경 근화동 동장은 무료 치매 검사 서비스를 연계했다. 함께 방문한 방문복지팀, 복지민원팀 직원들도 △가정방문 서비스(주 1회 방문, 주 2회 안부 전화) △무료예방접종 △응급안전서비스 벨 설치 △AI 건강 모니터링 서비스 등 춘천시의 다양한 정책들을 설명했다.
직원들이 이어서 찾은 성기봉(80) 할아버지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단순 용돈벌이가 아닌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고 있다. 아내와 며느리, 올해 고3과 중3에 진학하는 손주 둘까지 5명의 생계가 온전히 그의 손에 달려있다. 할아버지의 다리는 무릎을 구부리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상해 있었다. 폐지 100㎏를 주워야 5000원을 벌 수 있는데, 그마저도 차량이나 오토바이들에게 뺏기기 일쑤다. 올 겨울에는 빙판길에 리어카를 끌고 가다가 크게 넘어져 어깨를 다치기도 했다. 직원들은 손주들의 학자금 지원, 장학금 연계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정춘옥 할머니와 같은 지원책도 이어줬다. 할아버지는 그제야 다행이라며 웃어 보였다.
강원특별자치도는 3월 30일까지 춘천을 포함한 강원 18개 시·군 전역에서 모두 4차에 걸쳐 폐지 수집 노인 전수조사를 실시, 현황 파악과 개별 상담 등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