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태까지?"…은행,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 '골머리'

김정후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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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캄보디아 범법 행위도 포괄해 검토"
수사권 없는 은행들 "과실 여부 입증 어려워"
투자·취업사기 일단 예외…디지털사기방지법 연동
은행들이 금융사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사권 없이 고의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점도 문제지만 감당해야 할 범위도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최근 범죄 사태로 논란이 된 캄보디아 등 해외사례로까지 넓어질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투자·취업사기나 로맨스 스캠의 경우는 은행이 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어 은행 책임에서 제외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은행 책임이 면제될 수 있는 예외사례를 직접 제출하라고 한 상태지만 은행들은 이 역시 부담이라는 반응이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회사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 책임제가 도입될 경우 이번 캄보디아 사태 연루된 범법 행위와 같은 사례도 배상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한국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보이스피싱) 범죄들이 해외에 총책을 두고 있다"며 "캄보디아에서 이뤄지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법 행위 등을 다 포괄해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사태에 보이스피싱 대응 강화 '속도'

정부와 여당은 지난 8월부터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을 통한 금융회사의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 책임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피해자가 직접 송금했더라도 금융회사가 일정 범위 내에서 피해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관련기사:악! 보이스피싱 속아서 송금…앞으론 은행이 물어준다고?

무과실 배상 책임제는 캄보디아 사태로 인해 보이스피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금융당국 수장들은 입을 모아 금융권의 대응 강화를 약속했다.

특히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캄보디아 사태와 연관지어 금감원의 대응 방식을 지적하자 이찬진 금감원장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무과실 배상 책임 관련 부분을 신설하기 위한 입법 보완 작업을 금융위와 진행 중"이라며 "연내 입법 발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수사권 없는 은행, 과실 여부 입증 어떻게?

은행권은 무과실 배상 책임제에 근심이 커지고 있다. 추진 중인 개정안은 배상 이후 피해자의 고의·중과실이 확인될 경우 면책될 수 있도록 했지만 과실 여부 입증을 금융회사에서 해야 한다.

문제는 수사권이 없는 은행들은 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범죄 주체가 해외에 있는 경우 국제법이 얽혀있는 탓에 접근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에는 피해자가 고의성이 있었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캄보디아 사태는) 고의성 여부를 경찰도 아직 명확하게 확인 못하고 있는데 금융회사가 확인할 방법이 있겠는냐"고 말했다.

이어 "수사과정에서 연루된 사항들을 (경찰과) 공조해서 분류할 수는 있어도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민원성도 있고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드러난 범죄 규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데 피해자들이 몰린다면 그 금액을 어떻게 한번에 배상할 수 있느냐"며 "또 만약 이상 거래가 의심돼 계좌를 정지했는데 범죄와 관련이 없었다면 추가적인 민원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취업사기엔 선 …"예외사례  직접 가져와라"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입장을 감안, 투자·취업사기나 로맨스 스캠 등은 우선 제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유형들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 사기는 송금하는 쪽과 송금을 유도하는 쪽의 과실 여부를 은행이 판단하기 어렵다"며 "(해당 범죄 유형은) 디지털다중사기피해 방지법에서 별개로 논의 중"이라고 부연했다.

디지털다중피해사기 방지법은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금융회사가 '디지털다중피해사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이용자의 계좌와 사기이용계좌로 의심되는 계좌를 정지하도록 의무화했지만 배상 책임은 명시하지 않았다.

당국은 보이스피싱 태스크포스(TF)에서 은행 책임이 면제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모으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이 책임을 다 한 경우까지 배상하도록 하면 안될 것"이라며 "은행들이 생각할 때 (무과실 배상이) 비합리적인 경우를 가져오면 제외해주도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역시 은행들엔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예외사례를 제출했다가 이후 피해자 배상 거부 근거로 활용될 경우 은행이 책임 회피용 논리를 만든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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