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적자에 재무 구조 악화…내실 없는 성장
"패션 플랫폼 격변 시기…수익성 개선 과제"
에이블리는 2018년 서비스 론칭 이후 단기간에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재편된 소비 패턴에 따라 온라인 패션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진 덕분이다. 이에 에이블리는 론칭 초기 200억원에 불과했던 거래액이 지난해 2조원을 넘겼다. 불과 6년 만에 거래액이 100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올해는 3조원 달성이 목표다.
성장의 핵심은 '동대문 생태계'다. 에이블리는 입점 셀러(판매자)가 동대문 도매시장 내 이른바 '보세(브랜드가 없는 값싼 의류)'를 떼다 판매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현재도 '에이블리 파트너스'를 통해 사입부터 물류, 배송, 고객관리(CS) 등 전 과정을 대행하는 풀필먼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를 적기에 반영, 유연한 공급망을 무기로 1020세대 여성 고객층을 빠르게 흡수하는 원동력이 됐다.
에이블리 입장에서 브랜디의 몰락은 '남의 일'이 아니다. 에이블리 역시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상태다. 실제로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지난해 말 누적 결손금은 2222억에 달했다. 지난 2023년 3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을 제외하면 줄곧 적자를 이어온 탓이다. '내실 없는 성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실탄이 부족해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앞서 에이블리는 지난해 말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유입된 자금은 5분의 1에 불과했다. 이후 추가적인 투자 유치 소식도 없다. 사실상 쓸 수 있는 실탄이 많지 않은 만큼 내부 수익 구조만으로 버텨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쉬인이 있다. 쉬인은 '7000원짜리 티셔츠', '2만원대 원피스' 등 저가 공세로 가격 민감도가 높은 10~20대 고객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 접점도 확대하고 있다. 쉬인과 에이블리의 핵심 소비층과 맞물리는 만큼 젊은 여성들이 쉬인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브랜디는 동종 업계일 뿐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자사와 상황 자체가 다르다. 쉬인 역시도 내부적으로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투자 유치는 꾸준히 진행 중에 있고 몇 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만큼 신사업 투자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