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퀄컴과 3자 동맹…시선·제스처·음성까지 인식
B2B·스마트글래스까지 확장…차세대 AI 플랫폼 노린다
갤럭시 XR은 삼성전자가 제조를 맡고, 구글이 운영체제(OS)와 소프트웨어(SW)를 담당하며, 퀄컴이 칩셋을 공급하는 3사 협업의 산물이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XR2+ Gen2' 플랫폼을 탑재했고 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OLED 4K 해상도를 구현한다. 무게는 545g으로 장시간 착용에도 부담이 적다.
시선·손짓·음성으로 완성된 인터랙션
이번 제품은 삼성·구글·퀄컴이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XR(Android XR)' 플랫폼을 최초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구글 지도·포토·유튜브 등 구글의 주요 서비스는 물론 기존 안드로이드 앱 대부분이 그대로 작동한다. 삼성은 이를 "XR 생태계의 출발점"이라고 표현했다.
갤럭시 XR의 핵심은 AI다. 구글의 멀티모달 AI '제미나이(Gemini)'와 실시간 대화형 기능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가 기본 탑재됐다.
게임을 하다가 "먼저 뭘 하면 좋을까?"라고 물으면 AI가 공략법을 제시하고 필요 시 브라우저를 열어 세부 정보를 띄워준다.
XR 콘텐츠도 대폭 강화됐다. 어도비·MLB·NBA·캄(Calm)·어메이즈 VR(Amaze VR) 등 글로벌 주요 콘텐츠 사업자와 협력해 몰입형 영상을 제공한다. 저스틴 페인 구글 XR제품관리 총괄은 "한국 스포츠는 쿠팡플레이를 통해 생생한 경기장 경험으로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체험에서도 몰입감은 확연했다. '우주비행사용 헬멧'을 닮은 헤드셋을 착용하고 엄지와 검지를 모으자 눈앞의 가상 물체가 실제처럼 움직였다. 유튜브를 실행해 360도 댄스 영상을 재생하자 무대가 시야에 맞춰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기능을 이용하면 현실 속 사물을 바로 검색할 수도 있다.
'삼성식 XR 생태계' 본격 가동
의료·교육·유통 분야에서도 XR 기반 시뮬레이션과 패키징, 진열 테스트 등 실무 협업이 진행 중이다. 김기환 삼성전자 MX사업부 부사장은 "시선·제스처·표정을 즉각적으로 인식하는 새로운 상호작용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실제 AI와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경험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은 차세대 'XR 스마트 글래스'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갤럭시 XR을 시작으로 더욱 몰입적이고 멀티모달한 경험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시력·패션·개인 취향이 결합된 안경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젠틀몬스터와 와비파커와 협업, 생활 속에서 AI가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차세대 폼팩터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메타와 애플이 주도하던 XR 시장은 이제 삼성이 가세하며 '3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메타는 500달러 이하 '퀘스트' 시리즈로 대중 시장을, 애플은 499만원대 '비전 프로'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 중이다.
갤럭시 XR은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출시되며, 가격은 269만원이다. 다만 갤럭시 XR이 전 세계 XR 헤드셋 시장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XR 시장은 메타가 71%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니(6%), 레이네오(5%), 애플(4%)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삼성은 후발주자로서 AI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앞세워 기술 경쟁력과 콘텐츠 확장성에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