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와 맞손…IPO 추진
기다란 바늘을 몸에 꼽아야 하는 주사는 어린아이나 어른들도 꺼려지긴 마찬가집니다. 단순한 두려움을 넘어 의식이 희미해지거나 공포심이 극에 달하는 주사 공포증 때문에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들도 있습니다. 주사로 인한 통증없이 피부에 붙이는 패치만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면 많은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겁니다.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의료용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 전문기업 쿼드메디슨(QuadMedicine)입니다.
머리카락 보다 가느다란 '붙이는 미세 주사'
쿼드메디슨은 2016년 12월 백승기 대표가 설립한 회사입니다. 이 곳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미세한 바늘로 피부의 각질층을 통과해 표피 및 진피층으로 약물을 직접 전달하는 '마이크로니들 약물전달시스템(DDS)'을 개발했습니다. 기존 주사제보다 통증이 적고 감염 위험이 낮으며, 패치 형태로 자가 투약이 가능해 소아나 고령층 환자도 쉽게 약물을 투여할 수 있습니다.
미세바늘 제조 방식이 독특합니다. 반도체 공정 기반을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를 만들 때처럼 미세 가공 기술을 활용해 약물 손실을 최소화한 마이크로니들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핵심 기술은 분리형 마이크로니들(S-MAP)과 코팅형 마이크로니들(C-MAP) 두 가지입니다.
S-MAP은 정량의 약물이 함유된 마이크로니들이 피부 각질층을 통과해 진피층의 모세혈관 근처까지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입니다. 약물이 포함된 팁부(미세 바늘 끝부분)가 피부에 삽입되면 지지체로부터 자동 분리돼 체내에 흡수되기 때문에 패치를 부착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 빠르고 효율적인 약물 전달이 가능합니다.
C-MAP은 액상의 백신 또는 약물을 정밀하게 마이크로니들 표면에 코팅하고, 이를 고형화해 제조하는 첨단 약물 전달 플랫폼입니다. 마이크로니들이 각질층을 투과해 진피층에 도달하면, 약물 코팅층이 체액에 의해 용해됩니다. 수십 분 내로 면역세포가 존재하는 피부 조직층에 항원을 전달해 강력한 국소면역과 전신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플랫폼 기술입니다.
두 기술 모두 기존 주사제의 효과는 유지하면서도 통증은 없는 '보이지 않는 주사'인 셈이죠.
GSK·LG화학와 기술이전 및 제휴 성과
쿼드메디슨은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위탁개발생산(CDMO)과 기술이전 등 사업부문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한림제약, 상명이노베이션, LG화학,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라이트재단(RIGHT Foundation) 등과 3건의 기술이전, 6건의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와의 협력은 주목할 만합니다. 양사는 2022년부터 이질(Shigella) 백신용 마이크로니들 비임상 연구를 공동 수행했으며, 2023년에는 살모넬라(Salmonella) 백신용 플랫폼 개발로 협력을 확대했습니다. 세계 3대 백신기업인 GSK가 국내 중소 바이오텍과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쿼드메디슨의 기술 신뢰도와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LG화학과는 B형간염 백신용 C-MAP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며, 라이트재단과는 홍역·풍진(MR) 백신용 마이크로니들 연구를 수행하며 글로벌 공공백신 개발 생태계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술 상용화로 매출 성장…코스닥 상장 추진
쿼드메디슨은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외에도 미용·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응용해 기능성 화장품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제조·공급하고 있으며, 이미 1건의 공급 계약(텀싯)을 체결했습니다.
이 같은 기술 상용화 성과는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쿼드메디슨은 2023년 연결기준 매출 10억원에서 2024년 93억원으로 전년대비 9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은 54억원을 달성했습니다.
회사는 지난 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데요. 매출원이 없는 바이오텍과 달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매출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상장 이후에도 실적 기반의 성장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는 안정적인 바이오텍으로 평가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니들은 통증이나 감염 우려 없이 약물을 체내에 전달할 수 있는 차세대 자가투약 플랫폼으로 기존 신약의 투약 편의성을 높여 R&D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면서 "국내외 기업과의 성과를 통해 IPO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