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계약자 몫' 자본·부채 다른 해석…금감원, 회계 이원화 택한 이유

김민지 기자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삼성생명 일탈회계 중지…일반회계 '원칙' 중시
금감원, 계약자 보호 명분…감독회계 '방패'로
감독회계 정보 공개 안 돼…혼란 불가피할 듯
금융감독원이 감독회계에서 생명보험사들의 계약자지분조정을 부채로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IFRS17 원칙을 따르면서도 소비자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절충 해법'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감독회계와 일반회계가 서로 다른 기준을 유지하게 되면서 정작 계약자 입장에서는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신들의 배당 몫이 자본으로 들어갔는지, 부채로 남았는지를 일반 재무제표 이용자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감독원장-보험사 대표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계약자 보호 감독철학·실계약자 의식했나

금감원이 감독회계에서 계약자지분조정을 그대로 부채로 두기로 한 것은 IFRS17이 도입될 당시 금융당국이 내세웠던 '계약자 보호'라는 명분을 뒤집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관련기사: [단독]삼성생명 계약자 몫 8.9조…금감원, 감독회계선 '부채' 인식(10월14일).

2022년 말 금융당국은 새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을 앞두고 삼성생명이 과거 판매한 유배당보험의 계약자 배당금을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부채 항목으로 분류하는 '일탈회계'를 허용했다. 

당시 일탈회계를 허용하면서 금감원은 이를 보험업법 시행령과 하위규정에 반영했다. 금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보험계약자에 대한 이행의무 표시를 강화하고 계약자 보호라는 감독목적 달성을 위해 부채 표시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예외적 조치가 특혜라는 논란의 빌미가 되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취임 직후 이를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 정상화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반회계를 정상화하더라도 보험업감독규정에선 계약자지분조정이 '주주 것이 아닌 계약자의 잠재적 몫'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감독회계에서만큼은 해당 금액을 부채로 남겨두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만약 이를 일반회계와 맞춘다고 하면 2년여 전 금감원이 내세운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 게다가 이같은 논리를 뒤집고 감독규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실제 보험계약자들의 반발을 의식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반회계에서 일탈회계가 중단되면 일반 재무제표 이용자들은 자신의 잠재적 몫이 사라지고 회사의 자본으로 흡수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는 '내 돈이 회사 주머니로 들어갔다'라는 불만을 불러올 수 있다.▷관련기사: 삼성생명 '유배당 계약자 몫' 장부서 사라지나(9월30일).

이런 소비자 반발을 완화하고 감독당국이 계약자 보호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생명·금감원이 얻는 것은?

감독회계에서 계약자지분조정이 부채로 남는다면 삼성생명 입장에서도 주주 배당 혹은 삼성전자 주식 매각 압박을 방어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일반회계에서 IFRS17 원칙을 적용해 계약자지분조정이 자본으로 들어간다면, 삼성생명은 논란이 있었던 예외적 회계 처리를 제거해 회계 투명성 측면에서 비판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관련기사: 금감원, 삼성생명 일탈회계 중단 가닥…부채 아닌 자본 늘어날 듯(9월30일).

금감원은 IFRS17 원칙 준수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생명에 특혜를 준다는 논란의 빌미가 되었던 예외적 회계 처리를 중단하고 국제 회계 기준을 따르는 행정적 투명성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감독회계에선 부채를 유지함으로써 계약자 보호라는 감독 철학을 고수하고 소비자 반발을 완화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문제는 감독회계는 금융당국에 제출되는 내부 감독 자료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배당 계약자들은 계약자지분조정 금액이 자본으로 편입돼 부채 항목에서 사라진 재무제표만 보게 된다. 불만이나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두 회계 체계 간 괴리를 주석 공시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보완한다는 방침이지만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회계 전문가는 "IFRS17을 적용해 보험부채가 0으로 계상되면 유배당보험 계약자들 입장에선 불만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